“3人가족 밥먹고 영화보니 10만원”… 열받는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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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솟는 물가… 서민들 시름

일주일치 장 봤더니 약13만원
여름 휴가철 맞아 상당한 부담

전체 물가 상승률은 1.4%인데
외식물가 상승률은 2.7% 비상

원자재·임대료·인건비‘3重苦’
냉면·콩국수 등 가격 고공행진

지난 7일 젊은층에 인기를 얻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에서 만난 중견기업에 다니는 정수윤(42) 씨 부부는 8살 아들과 함께 돈가스·함박스테이크로 외식하고, 아이스커피 두 잔과 아이가 마실 음료를 샀다. 특별할 것 없는 메뉴지만 총 6만3000원을 지불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러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예매비는 총 2만9000원이었다. 주차비 약 1만 원과 유류비 등을 포함해 3인 가족의 평범한 주말 반나절 여가 비용이 10만 원을 훌쩍 넘었다.

앞서 마트에 들러 일주일 치 식료품을 중심으로 장을 보는 데는 약 13만 원이 들었다. 정 씨는 “이번 주말은 날씨가 선선해 시내를 돌아다녀 저렴한 수준”이라면서 “여름 더위가 본격화돼 아이가 물놀이, 체험 놀이를 할 수 있는 워터파크나 복합쇼핑몰에 가면 각종 입장료와 추가 비용으로 2∼3배가 드는데, 주택담보 대출이자 등도 있어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외식 물가, 각종 서비스 물가가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물가 상승률은 1.4%인데, 같은 기간 외식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1.3%포인트나 더 높은 2.7%로 국내 내수 경기 위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에도 전체물가가 1.9% 오르는 동안 외식 물가는 2.4% 상승했다.

직장인 점심 물가도 500원, 1000원 등 조금씩 계속 인상되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한식당은 대표메뉴인 김치찜과 김치찌개 가격을 8000원에서 최근 8500원으로, 중구의 한 평양냉면집은 물냉면 한 그릇 가격을 지난해 1만3000원에서 올해 초 1만4000원, 최근 1만5000원으로, 마포구 여의도의 유명 콩국수집은 콩국수 가격을 9500원에서 1만 원으로 올렸다.

외식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높은 임차료 부담, 최근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익선동의 한 식당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는 시급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8500원이었다. 한 한식당 사장은 “유동인구가 많아져서 다른 동네에 비해 손님이 많은 편이지만, 그만큼 임차료도 높고 최저임금보다는 높은 시급을 줘야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서 “최근에 채소 값 등도 너무 많이 올라서 겉으로 보면 장사가 잘되지만 남는 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익선동의 경우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3∼4년 전만 해도 보증금 1000만∼2000만 원에 평당 임차료 5만∼8만 원 사이였지만 지금은 보증금이 3∼4배 규모로, 월세는 평당 15만 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실제로 60㎡(약 18평)의 한 카페 매물은 권리금만 1억 원이 넘었다. 원래 상업시설이 아니었던 한 건물은 권리금이 없지만 2층임에도 66㎡에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4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유현진·박민철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