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9.23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경제일반
[경제]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09일(月)
저수지에 뒤집혀 처박힌 레인지로버…운전자는 어떻게 멀쩡했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유턴하려다 실수로 기울어져 ‘풍덩’, 뒷문 열려 긴급탈출” 보험금 받아
공학연구소 “속도·각도상 주행중 빠지는 건 불가능…천장에도 흔적 없어”


지난 3월 7일 깊은 밤이었다. 충청남도의 한 저수지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A(43)씨는 저수지 옆 비포장도로로 레인지로버를 몰았다. 주위는 가로등 하나 없어 칠흑 같았다.

차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려고 속력을 줄이면서 도롯가로 붙었다. A씨는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였다. 담배를 피우느라 창문은 열어뒀다. 갑자기 ‘덜컹’하면서 차가 폭 6m 도로 옆 비탈로 빠졌다. 당황해 운전대를 제대로 돌리지 못했다. 차는 옆으로 기울어 구르더니 뒤집힌 채 저수지에 처박혔다.


빠진 곳의 수심은 나중에 재보니 80∼90㎝였다. 열린 창문으로 물이 들어왔다. 다행히 해치백 구조인 레인지로버의 뒷문이 열렸다. A씨는 물속에서 몸을 뒤집었다. 천장을 발판삼아 어둠을 더듬어 뒷문으로 탈출했다. 저수지를 빠져나와 보험회사에 ‘전손처리’로 사고 접수했다.

차량 가입 보험사는 KB손해보험이었다. 이 같은 진술에 따라 KB손보는 A씨에게 보험금 약 3천3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현장을 조사한 직원이 “뭔가 석연찮다”고 보고했다. 그는 전직 경찰관들로 구성된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보험사기조사팀) 소속이었다.

일단 “아무리 담배를 피워도 창문 4개를, 그것도 비가 오는데 다 열어놓을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또 차를 건진 구조사는 침수된 차에서 자동개방 시스템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어떻게 뒷문이 저절로 열렸을까?”

무엇보다 침수사고를 겪은 차에서 빠져나온 운전자치고는 외견상 너무 멀쩡해 보였다. 사고 현장에는 CC(폐쇄회로)TV가 없었지만, 주변 CCTV에는 사고 발생 직후 차량 3대가 빠져나간 모습이 찍혔다. ‘사고’가 아닌 ‘사건’ 같다는 의심이 짙어져 한 공학연구소에 현장 분석을 의뢰했다.

도로와 저수지 사이 비탈면의 직선거리는 2.0m, 수면에서 도로까지 높이는 1.2m였다. 비탈의 경사는 31˚, 비탈에 난 바퀴 자국과 도로 가로방향 사이는 48˚로 측정됐다. 그렇다면 저속으로 달리던 차가 이런 흔적을 남기고 저수지에 뒤집힌 채 빠질 수 있을까.


연구소가 분석한 여러 공학적 근거는 A씨의 주장과 배치됐다. 우선 비탈에 생긴 바퀴 자국 거리가 레인지로버의 앞뒤 바퀴 축간 거리보다 짧았다. 주행하면서 옆으로 미끄러지거나 뒤집힌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결정적 근거는 31˚ 비탈로 차가 빠지면 뒷바퀴와 앞바퀴의 진행방향이 순간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바퀴 자국은 4개가 생겨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는 2개밖에 없었다.

이런 바퀴 자국이 생기려면 48˚ 각도로 도로 중앙에서 저수지 방향으로 차를 몰았어야 했다. 그런데 A씨는 분명히 “도롯가로 붙었다”고 했다. 연구소는 “운전자 주장대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A씨가 진술한 탈출 경위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레인지로버의 중량, 빠질 때의 속도를 고려하면 차가 뒤집힐 때의 회전력 때문에 A씨 상반신은 조수석 쪽으로 쏠리고, 열린 창 4곳으로 물은 급속히 들어오게 돼 있다.

뒷문으로 탈출하려면, 좌석 머리 지지대와 천장 사이의 틈(15㎝)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는 머리가 물에 잠긴 채로 몸을 뒤집어 천장에 엎드리고, 운전석과 조수석 등받이 사이로 이동해 기어서 나와야 했다. 그런데 섬유 재질의 천장에는 이런 움직임을 뒷받침할 흔적이 없었다.


KB손보는 이런 증거와 함께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A씨와 공범들이 가담한 보험사기 혐의가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단독사고를 낸 레인지로버 주인은 A씨 친척이 운영하는 카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A씨 친척은 차주에게 “중고차로 비싼 값에 팔아주겠다”며 차를 넘겨받아 A씨에게 넘겼다. 그는 여기저기 손상된 중고차의 시세(2천만원)보다 전손처리 보험금을 받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친구 3명과 함께 차를 저수지로 밀어 넣은 것이다.

경찰은 이들 5명을 기소 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KB손보 관계자는 9일 “SIU가 이처럼 과학수사를 방불케 하는 공학조사로 보험사기를 밝혀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
▶ “가난이 패션이냐”…닳아빠진 명품운동화 59만원
▶ 학생이 ‘단톡방’서 “여교사와 관계 맺고 싶다” 희롱
▶ “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 軍 운용 결정적 장애 초래”
▶ 무면허 만취 버스기사 귀성객 태우고 400㎞ 질주
▶ “美법무부 부장관이 트럼프 녹음·직무박탈 모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가난이 패션이냐”…닳아빠진 명품운동화 59만..
topnews_photo 찢어진 부분을 테이프로 겨우 이어붙인 것처럼 디자인한 운동화 제품이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가디언, 타임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mark“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 軍 운용 결정적 장애 초래”
mark환각제 먹은 문어, 기분 들떠서 수컷과 ‘포옹’
학생이 ‘단톡방’서 “여교사와 관계 맺고 싶다” 희롱
“美법무부 부장관이 트럼프 녹음·직무박탈 모의”
무면허 만취 버스기사 귀성객 태우고 400㎞ 질주
line
special news 박진영, 결혼 5년만에… 내년 1월 아빠 된다
SNS에 JYP 성장·계획 밝혀…“사내복지 연구·사회환원사업 추진” 가수 겸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

line
노회찬 ‘돈받아’ vs 드루킹 ‘안줬어’…재판에 어떤 ..
추석 연휴 첫날 본격 귀성 시작…고속도로 곳곳 정..
‘블랙리스트’ 조윤선, 추석연휴 첫날 석방…“남은 재..
photo_news
성폭행 피해 고백한 레이건 딸, ‘캐버노 성폭력..
photo_news
러시아 크리스마스이브 작전 “어산지 국외탈출..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 쇼맨’… 엄마의 밥 같은 노래로 情 일깨..
[인터넷 유머]
mark부부가 지켜야 할 교통법규 mark新. 말 실수 모음
topnew_title
number 탄자니아 여객선 전복사고 사망자 170명으로..
여생도 화장실에 ‘몰카’ 설치 해사 생도 퇴교..
판문점 갈 때 ‘반바지’ 입어도 된다…연내 J..
술 마신채 연인 살해하려다 엉뚱한 사람에 ..
이혼후 집이 전처에게 돌아가자 격분…총질..
hot_photo
‘265kg 슈퍼호박 구경하세요’
hot_photo
선예, 셋째 임신…“내년 1월 출산..
hot_photo
천경자 ‘초원Ⅱ’ 20억원에 팔렸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