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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0일(火)
북한의 ‘용어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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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전체주의 국가의 허구성을 언어의 이중적 사용과 혼란에서 찾은 소설. 조지 오웰의 ‘1984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소설 속의 일당 독재국가에는 평화·애정·풍부·진리 4개 부서가 있다. 그중 평화부가 하는 일은 끊임없이 전쟁을 독려하는 것이다. 이름과는 정반대다. 날마다 인민을 선전·선동해 국가에 대한 모든 불만을 적대국에 쏟아붓도록 한다. 전쟁을 통해 정권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평화’란 아름다운 말도 표리부동한 정치 언어에 불과하다.

이 같은 용어의 혼란 전술은 기본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선전·선동술이다. 대중이 환호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용어를 선점, 퍼뜨림으로써 제 편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그 교범은 블라디미르 레닌의 ‘사회민주주의자의 두 전술’이다. 여기에서 레닌은, 똑같은 사안이라도 동지를 대할 때와 적을 대할 때 용어를 달리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적에겐 부정적인 언어를 구사해 비판하고, 동지에겐 우호적이고 부드러운 말로써 목표를 달성하라는 것이다.

북한도 이 교리에 충실하다. 스스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공화국이라면서, 대한민국은 남조선 괴뢰, 이남, 남측이라고 깎아내린다. 자신들이 적화 통일해야 할 미(未)해방지구로 보는 것이다. 또, 좌익 폭동은 민중항쟁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미화한다. 좌익은 민중으로, 폭동은 항쟁으로…! 6·25남침전쟁도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이라고 한다. 남침 사실을 숨기고, ‘해방’이란 용어의 당의정을 입혔다. 이 모두 언어를 통한 영향공작(Influential Operation)이다. 이 전술에 넘어가면 나라의 정통성도, 정체성도, 미래도 위태롭게 된다.

비핵화 문제만 해도 그렇다. 북한은 일관되게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라고 한다. 북핵뿐 아니라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까지도 폐기하라는 거다. 핵 군축 용어 전술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말에 북한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미·북 쌍방의 동시 비핵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강요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핵무력은 만능의 보검’이라고 전 세계를 향해 자랑한다. 그 반면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는 ‘강도적 요구’라고 마구 비난한다. 철저히 계산된 용어 전술이다. 오웰의 ‘평화부’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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