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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 박현모의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1일(水)
“전임자의 허물만 들춰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禍가 곳곳서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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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의 실수를 발견하면 덮어서 드러나지 않게 하고, 설사 불법한 일이 있더라도 마무리를 잘 해줘서 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약용은 새로 부임한 수령이 전임자의 허물을 들춰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매양 보면 앞 수령이 했던 일을 일일이 뒤집어 “큰 추위 뒤에 따뜻한 봄이 온 것처럼 자처해 혁혁한 명예를 얻으려고” 하는데, 이것은 결코 참된 ‘교승지의(交承之義),’ 즉 임무 교대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약용에 따르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임무 교대를 잘못해서 원수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후임자는 전임자의 잘못을 덮어주고 서운한 마음을 달래는 데 십분 진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전임자의 비리, 공금횡령이나 고을 창고를 축낸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그것을 들춰내기보다는 그 사실을 전임자에게 조용히 알려 스스로 배상해 채워 넣도록 해야 한다.

반대로 전임자의 좋은 점을 찾아내어 칭찬해야 한다. 숙종 때의 인물 정지화가 경기도 광주 부윤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그의 전임자는 뇌물을 받은 일로 이미 감옥에 갇혀 있었다. 정지화는 조사를 맡아 여러 서류를 살피다가 한 가지 일이라도 전임자가 잘한 게 있으면 기쁜 표정으로 “혹시 이것으로 전임자의 죄를 경감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후임 정지화의 적극적인 변론으로 전임자의 죄가 한 등급 감해졌다고 한다.

전임자의 잘못을 덮어주고 잘한 점을 칭찬하는 것은 비단 후임자의 후덕함을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전처(前妻)가 후처(後妻)를 미워하는 것처럼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만약 후임자의 이름이 빛나고 게다가 전임자의 허물을 들춰내기 시작하면 전임자와 그를 따랐던 사람들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때부터 화(禍)가 생기고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는 게 정약용의 경험담이다. 그가 지역 행정을 맡았을 때, 될 만한 일이 중간에서 가로막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진 적이 있었다. 그 배경을 살펴보니 전임자 지지 세력들의 견제와 훼방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만연한 공무원들 사이의 줄서기 관행과 그로 인한 행정조직 내 불신의 벽, 임기 말년의 권력 누수 현상도 ‘교승지의’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교승(交承)’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천한 인물이 세종이다. 그는 7년여 동안 함길도(함경도) 국방 및 행정을 도맡았던 김종서를 다른 인물로 교체하면서 김종서에게 긴 편지를 보냈다. “경의 후임으로 이세형을 결정했다. 혹여 신구관의 교대 과정에서 인심이 동요될까 염려돼 이세형에게 속히 부임지로 나아가라고 했다. 후임자가 도착하더라도 경이 당분간은 그 전처럼 북변 방어의 일을 관장해 다스리고, 다 시행하지 못한 일은 후임자에게 일일이 전수하도록 하라.”

편지에서 세종은 오랫동안 북방영토 개척에 공들인 김종서의 서운한 마음을 달랬다. 그동안의 노고를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떤 연유로 그가 교체됐는지, 후임자가 누구인지 등 상세한 정보를 그에게 알려줬다. 무엇보다 일정 기간 종전의 일을 그에게 관장하게 해 인심을 안정시키고, 시행하지 못한 것을 잘 전수하게 했다. 다른 한편 세종은 그 자신이 교승지의를 잘 발휘한 지도자였다. 그는 전임자인 태종 때 인물들의 강점을 눈여겨보았다가 적재적소에 중용했다. 그동안 추진돼온 국책 사업들, 가령 한양도성 축성 작업이나 명나라와의 신뢰를 쌓는 정책을 계승해 갈무리 지었다.

우리 지도자들이 가장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바로 승계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전임자의 허물 들춰내는 것을 당연시하고, 그로 인해 국정 업무가 단절되는 게 비일비재하다. 새로 임무를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장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늦지 않은 시기에 전임자를 만나 진행되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라. 생각지도 못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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