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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1일(水)
자유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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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내일은 제헌 헌법 통과 70년
최고 수준의 민주 시스템 도입
두 달 만에 이뤄낸 역사적 위업

자유 삭제 시도하고 편 가르기
정부 조직과 司法도 뒤흔들어
국가 정체성 확고히 해야 할 때


70년 전인 1948년 7월 12일 제헌 헌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그런데 표결에 몇 명이 참석했는지 등의 기록이 없다. 의원들이 너무 감격해 그런 기본적 작업을 할 겨를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5·10 총선 뒤 두 달 만에 헌법을 확정한 것도 기적에 가까운데,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역사적 위업이다. 국민의 80%는 문맹이었고, 의원들은 모두 초선인 데다 의사 진행 경험도 없던 시절이었다.

내각제 초안이 대통령제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없진 않았지만, 제헌 헌법의 대부분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고려공화국, 조선공화국을 놓고 표결해 국명을 정하고,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는 통일 조항까지 두었다. 국가 설계에 집중하기 위해 4년 임기를 스스로 절반으로 단축했다. 이승만 국회의장을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선출했지만, 사흘 뒤엔 총리 인준안을 부결시키는 등 입법부로서 자긍심도 높았다. 지금의 국회를 부끄럽게 한다.

남쪽에선 이렇게 자유민주 체제가 시작돼 헌정 중단 고비를 몇 차례 넘기면서도 세계에서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냈다. 북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했다. 자유민주주의에선 3권분립 원칙에 따른 권력의 분점,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다. 인민민주주의는 인민권력이 정점에 있고, 그 밑에 입법·집행·사법권이 복무한다. 인민정권은 최고인민회의와 인민위원회 형식을 갖추지만, 결국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다.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에서 출발해 1960년대 후반엔 김일성 유일 독재를 완성하고, 김정일·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이 가능했던 것도 이런 속성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자유민주주의와 멀어지고 인민민주주의와 가까워지는 위험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헌법과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에서 한사코 ‘자유’를 지우려 한다. 평등·복지 등 민주주의 개념 확대 필요성을 내세우지만, 헌법 전문과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달리 제8조 정당 조항에선 ‘민주적 기본질서’를 규정함으로써 정책의 확장성을 보장하고 있고, 별도의 평등·복지 조항들도 있다. 결국 자유 삭제 시도는 자유민주 체제와 인민민주 체제를 동렬에 놓거나, 인민민주주의도 상관없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역사를 폄훼하고 북한 역사엔 우호적 입장을 보이니, 더욱 그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혁명이라고 강변하면서 ‘주류(主流) 교체’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명한 편 가르기와 가차없는 공격, 내가 하면 정의이고 남이 하면 적폐라는 ‘내로남불’, 가진 자에 대한 증오와 질투도 인민민주주의 속성이다. 세금 많이 내는 사람과 부(富)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은 죄인처럼 고개 숙여야 하고, 소득세 안 내는 사람들이 큰소리치는 분위기를 조장한다. 적폐 청산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유사한 행태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대전제인데, 낙하산 인사와 관치 경제 등만 봐도 결코 덜하지 않다.

교묘한 선전·선동도 춤춘다. 작은 잘못을 침소봉대하거나 왜곡해 ‘반동’으로 몰고 ‘인민재판’으로 처단하려 든다. 그늘이 없진 않지만, 사법(司法)도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헌법재판은 세계가 인정한다. 그런데 ‘재판 거래’라는 허울로 기존 체제를 뒤엎고, 특정 소수 세력이 장악하려 한다.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을 적극 옹호했던 인사를 양심적 법률가인 양 받들며 대법관으로 옹립하려 한다. 정부의 정규 조직보다 온갖 위원회와 TF들을 앞세우는 것은 인민위원회 방식과 흡사하다. 특정 성향의 인사와 단체들이 중심이 돼 과거 정책을 뒤집는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 탈원전은 여러 측면에서 4대강 사업보다 훨씬 심각하다. 재정개혁특위도, 국가교육회의도 마찬가지다. 국가 안보 장치들과 방첩·대공 역량도 약화시키려 한다. 북한 독재자에겐 굽실대면서 주민의 인권 유린은 외면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도전받고 있다. 통일을 내다보더라도 자유민주 체제를 더 확고히 하고, 성장과 검약을 통해 공공재정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다. 야당이라는 브레이크조차 없다. 집권 세력은 자성하고, 국민은 각성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건국·산업화·민주화 세대가 피땀 흘려 쌓은 번영과 자유의 공든 탑은 금방 와르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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