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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1일(水)
을지연습마저 미룬 위험한 脫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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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중국 춘추전국시대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면서 공격 준비하는 월(越)나라에 기만당해 방심하던 오(吳)나라는 결국 무참하게 정복당해 멸망한다. 1938년 뮌헨협정으로 히틀러에게 속은 유럽 국가들은 독일 전차군단에 짓밟혀 4년 동안 처절한 전투를 치르고서야 주권을 되찾게 된다. 1973년 파리 평화협정에 기만당해 반전(反戰)과 평화의 구호에 들떠 있던 남베트남은 2년 후 북베트남에 의해 기어코 정복되면서 수많은 국민이 처형당하거나 도망쳐야 했다. 당장의 평화에 탐닉해 방심하다가 패배한 사례들이다.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자 우리 사회는 브레이크 없는 평화 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한 평화통일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고립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이나 산림 협력을 비롯한 대북 지원을 논의하고 있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다양한 자체 대북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군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국 제안대로 8월에 예정된 ‘프리덤 가디언’ 연합연습을 중단했고, 한국 단독으로 하던 ‘을지연습’과 ‘태극연습’도 유예하면서 내년부터는 아예 한국 단독의 ‘을지태극연습’을 계획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10㎞ 안팎의 군사시설 신축과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을 유예한다는 입장이고, 전략예비대인 7군단의 일부 부대와 해병 2사단의 후방 이동을 포함하는 4단계 군축 방안이 검토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이 약속대로 핵무기를 폐기하고, 남북한 평화 공존을 보장한다면 이러한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CBM)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 폐기를 위한 일정표나 비핵화 대상 목록은 제시할 생각도 않고 있고, 오히려 핵무기 관련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지난 6∼7일 평양을 다녀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팀의 마라톤 협상에서도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비핵화 제안을 ‘깡패 같은 요구’라고 비난할 뿐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나 일방적 대비태세 완화에 대한 우려는 너무 당연한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의 진정한 의도와 전략을 더욱 치밀하게 파악 또는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 전술인지, 아니면 월나라, 독일, 북베트남처럼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설정한 상태에서 원모심려(遠謀深慮) 전략으로 우리를 기만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김정은은 고모부와 이복형을 무참히 살해하면서까지 자신의 권력을 장악했고, 국제사회의 어떠한 비난과 제재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했다.

선의로 수용하기엔 너무 갑작스럽고, 뭔가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양보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신뢰 구축 조치에는 더욱 신중하고, 북한을 더욱 의심해야 할 터인데, 민·정·군(民政軍) 모두 여전히 낙관 일색이다.

개인의 생명처럼 국가의 안보는 한번 상실되면 복구 불가능하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야 하고, 대비태세 완화에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군 지휘관들은 군사적 입장을 정확하게 밝혀 위험한 요소는 시정시켜야 한다. 1977년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한 미8군 참모장 존 싱글러브 소장처럼 직위를 건 직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개인보다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고자 군인이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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