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독립보장 없이 경영 간섭만 강화”

- 시행前 공청회 앞둔 ‘스튜어드십코드’ 초안 살펴보니…

부당지원·사익편취·배임 등
경영진 겨냥한 내용 대폭 강화
위반 기업 개선조치 없을 땐
임원선임 반대 등 실력 행사

CIO 인사개입 의혹 이은
‘新관치경영 확장판’우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앞서 내주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실행방안 초안에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일가의 횡령·배임 등을 겨냥하는 내용이 대폭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업계 등에서는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은 채 정부의 민간 기업에 대한 경영간섭만 강화한다며 ‘관치’의 확장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6일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을 심의·의결하고 본격 시행키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최선을 다해서 관리, 운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모범 규범을 만든 뒤 이에 맞춰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오는 17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담은 초안을 놓고 공청회를 열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초안에는 주주활동 기준을 배당정책 이외에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일가 사익 편취행위·횡령·배임 등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사안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른바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해 이에 해당되는 투자 기업에 대해 이사회·경영진 면담을 통해 개선대책을 요구한 뒤 기업조치사항을 확인키로 했다. 때로는 비공개 서한을 발송한다. 만일 개선되지 않으면 의결권 행사와 연계해 주총에서 관련 이사 임원이나 사외이사, 감사의 선임을 반대하기로 했다. 또 이들 기업을 공개대상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사개입 등 독립성 의혹을 받는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정부의 민간 경영 개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준선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은 “국민연금 독립성의 회복 없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연금을 통해서 정부가 민간 경영에 개입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검토 중인 자산운용사에 의결권을 일부 넘기는 방안 역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위탁 운용사의 선정 기준에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과 이행 관련 항목을 포함하는 것이 함께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가 평가 항목으로 도입되면 위탁 운용사 입장에서도 당연히 정부의 방향성에 맞춰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겨 자유로운 판단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