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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2일(木)
국회가 특활비 개혁에 앞장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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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정치학

용처 증빙도 없는 특수활동비
국정원 빼고도 올해 3200億
쌈짓돈처럼 악용 사례 수두룩

국회부터 적극 是正에 나서야
그간의 지출 정보도 공개 필요
행정부 감시 정당성도 더 커져


최근 참여연대가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면서 국회의 특수활동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1∼2013년 3년 동안 국회는 모두 24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특수활동비로 사용했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이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정의되는 특수활동비의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사용됐다는 데 있다. 실제 소요 예산의 절반에 이르는 40억 원가량은 정책 지원과 활동비 등 의정 지원의 명목으로, 매달 또는 두 달에 한 번 국회의원들에게 정기 급여성 경비로 지급됐고, 위원회 운영 지원의 명목으로 20억 원이 상임위원장과 국회 구성원들에게 전달됐다. 게다가 의회외교란 명목으로 국회의장의 해외 순방 때 수천만 원의 특수활동비가 외유성 경비로 지급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지출은 그동안 특수활동비가 그 취지와는 달리 국회의원의 ‘쌈짓돈’과 다름없이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사실,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여러 차례 불거진 바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이 특수활동비를 원래의 목적이 아닌 권력자의 이익을 위해 상납해 문제가 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과거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사용한 특수활동비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던 것은 특수활동비의 불분명한 사용과 관련된 잘못된 관행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현재 특수활동비는 국회를 포함해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국방부 등 정부 각 부처가 지원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액수는 2018년에도 3200억 원이 넘는다.(국정원 특수활동비 제외) 국정 수행 활동에는 업무의 특성상 기밀 유지를 위해 공개하기 어려운 특수한 활동들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때때로 특수활동비와 같은 예산의 필요성은 인정돼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산이 실제 목적에 맞게 지출됐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국회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이 그간 특수활동비가 증빙(證憑)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지나치게 확대 적용돼 집행되면서 의도된 목적대로 사용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까닭에 공직자의 쌈짓돈으로 사용되는 잘못된 관행이 계속돼 왔던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스스로의 권리와 안전 보장을 위해 납세의 의무를 기꺼이 이행한다. 공공기관의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국민은 그 지출 내역을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당연히 예산의 활용을 공개하고 정해진 목적대로 투명하게 사용할 의무를 갖는다. 특수활동비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예산 항목이기 때문에 예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무분별하게 사용된 특수활동비는 세금을 예산으로 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당연히 져야 할 의무를 방기(放棄)한 것과 다름없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성패는 유권자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책 결정자들이 책임 있는 태도로 스스로의 역할에 걸맞은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과정에 달려 있다. 그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권한을 위임한 ‘주권자’로서 ‘대리인’들이 위임된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하는지 감시하고, 이에 따라 처벌이나 보상을 하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공공기관은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비록 참여연대의 소송과 대법원의 정보 공개 결정을 거쳤지만, 그동안 ‘국가의 이익과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위해서라는 추상적인 명목으로 특수활동비의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던 국회가 이번 공개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평가할 만하다. 만일 국회가 그간 실질적인 증빙 없이 사용돼 온 특수활동비의 지출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적극 기울인다면, 국회는 스스로의 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정당성도 얻게 될 것이다.

더불어, 국회는 특수활동비 폐지를 통해 국민의 세금이 권력기관에 의해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행정부에 대한 감시 권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부디, 국회가 이번에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잘못된 관행을 시정(是正)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 기관으로서 위상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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