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9.25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2일(木)
이성과 야성, 미국의 두 얼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신보영 워싱턴 특파원

2015년 7월 20일 미국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한 이후 지난 3년은 ‘질서’와 ‘혼돈’의 시기로 정확하게 양분된다. 2017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미국은 ‘두 얼굴’이었다. 버락 오바마 제44대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전반기의 미국은 이성이 지배했다. 지적인 대통령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오바마 시대’에는 이민을 대거 수용하고 동성 결혼이 허용되는 미국식 진보, 즉 리버럴(liberal)의 전성기였다.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한 기득권·엘리트에 대한 반발에 힘입어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혜택에서 소외된 백인 중산층·노동계급의 야성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잘 설명하는 단어가 ‘분노(resentment)’로, 이민에서부터 환경정책까지 ‘반(反)오바마’가 구호였다.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성이 구축한 ‘질서’에 충실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란 핵 합의,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줄줄이 깨져 나갔다. 국제주의·자유주의에서 일방주의·고립주의로의 급선회였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일갈한 것처럼 지난 3년 동안 미국은 ‘극단의 시대’를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대외정책에서 ‘질서’를 폐기하고, ‘무관용’을 내세운 미국은 우리에게 낯설다. 더 이상 ‘세계 경찰국가’이자, 달러 기축통화 유지를 위해 무역적자를 감수하는 미국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밝힌 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영원한 이해관계만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역사적 미·북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분단 이후 이어져온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한 순간처럼 이 표현에 딱 들어맞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물론 질서가 꼭 정답은 아니다. 창의적 사고는 혼돈에서 나오고, 새로운 질서를 낳는 촉매제이기 때문이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를 둘러싼 ‘현상 유지’를 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이유였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질서의 방향이 옳지 않다면 그건 문제다. 게다가 정책 결정이 개인적 관계나 로비에 의해 좌우된다면 더욱 경계할 일이다. 김동석 시민참여센터(KACE) 상임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지금 워싱턴에서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말했다.

미·북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협상 타결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임무는 ‘건강한 혼돈’을 통해 한반도 평화·안정에 유리한 질서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우리 사회 내부에서, 동맹 관계에서 컨센서스가 이뤄지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적폐’ 논쟁부터 한·미 동맹 균열 우려까지 분열음이 더 크게 들린다. ‘두 얼굴’의 미국처럼 우리도 야성에 휩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방적 이성과 극단적 정치가 야성에 길을 터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귀국길이 무섭고 두렵다.

boyoung22@
e-mail 신보영 기자 / 정치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北매체, 3천t급 잠수함 진수식 등 거론 “반민족적 행위”
▶ 우즈 “진통제 없이 못 살 줄 알았는데…믿기지 않는 우승..
▶ 2천억대 연예인 주식부호 2명 탄생…이수만·박진영
▶ 폼페이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유엔총회에..
▶ “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 軍 운용 결정적 장애 초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부상 딛고 5년 만에 우승한 후 감격의 소감“마지막 퍼트 앞두고 눈물 고여…몇 년간 힘든 시간 보냈다”5년 만의 챔피언 퍼트였던 18번 홀..
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귀환”…우즈 우승에 골프계 환호
ㄴ 골프황제의 화려한 귀환…우즈, 1천876일 만에 80번째 우승
北매체, 3천t급 잠수함 진수식 등 거론 “반민족적 행..
현실과 게임 혼동…아버지 흉기로 찌르고 할머니 ..
文대통령·李총리 ‘동시부재’…경제부총리가 만일에..
line
special news 2천억대 연예인 주식부호 2명 탄생…이수만·박진..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이사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가 2천억원을..

line
부산→서울 6시간20분, 광주→서울 5시간…귀경길..
폼페이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유엔..
성폭행 미수 의혹, ‘그 때 그 친구들’ 한자리에 모여..
photo_news
“고루한 유엔에 신바람을”…방탄소년단 뉴욕행..
photo_news
류현진, 한가위에 시즌 6승째…SD전 6이닝 무..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 쇼맨’… 엄마의 밥 같은 노래로 情 일깨..
[인터넷 유머]
mark부부가 지켜야 할 교통법규 mark新. 말 실수 모음
topnew_title
number ‘담배 67만원어치’ 훔친 남성에 징역 20년형
文대통령 국정지지도 61.9%… 60%대 회복
연이은 차량 화재 사고 논란 BMW 520d, 또..
美, 中수입품 절반에 관세…G2 무역전쟁 ‘전..
연인과 성행위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 ‘징역..
hot_photo
JYP 떠난 전소미, YG 레이블과 ..
hot_photo
‘베트남 히딩크’ 박항서 분석 책,..
hot_photo
‘265kg 슈퍼호박 구경하세요’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