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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2일(木)
이성과 야성, 미국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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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워싱턴 특파원

2015년 7월 20일 미국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한 이후 지난 3년은 ‘질서’와 ‘혼돈’의 시기로 정확하게 양분된다. 2017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미국은 ‘두 얼굴’이었다. 버락 오바마 제44대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전반기의 미국은 이성이 지배했다. 지적인 대통령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오바마 시대’에는 이민을 대거 수용하고 동성 결혼이 허용되는 미국식 진보, 즉 리버럴(liberal)의 전성기였다.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한 기득권·엘리트에 대한 반발에 힘입어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혜택에서 소외된 백인 중산층·노동계급의 야성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잘 설명하는 단어가 ‘분노(resentment)’로, 이민에서부터 환경정책까지 ‘반(反)오바마’가 구호였다.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성이 구축한 ‘질서’에 충실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란 핵 합의,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줄줄이 깨져 나갔다. 국제주의·자유주의에서 일방주의·고립주의로의 급선회였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일갈한 것처럼 지난 3년 동안 미국은 ‘극단의 시대’를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대외정책에서 ‘질서’를 폐기하고, ‘무관용’을 내세운 미국은 우리에게 낯설다. 더 이상 ‘세계 경찰국가’이자, 달러 기축통화 유지를 위해 무역적자를 감수하는 미국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밝힌 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영원한 이해관계만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역사적 미·북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분단 이후 이어져온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한 순간처럼 이 표현에 딱 들어맞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물론 질서가 꼭 정답은 아니다. 창의적 사고는 혼돈에서 나오고, 새로운 질서를 낳는 촉매제이기 때문이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를 둘러싼 ‘현상 유지’를 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이유였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질서의 방향이 옳지 않다면 그건 문제다. 게다가 정책 결정이 개인적 관계나 로비에 의해 좌우된다면 더욱 경계할 일이다. 김동석 시민참여센터(KACE) 상임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지금 워싱턴에서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말했다.

미·북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협상 타결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임무는 ‘건강한 혼돈’을 통해 한반도 평화·안정에 유리한 질서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우리 사회 내부에서, 동맹 관계에서 컨센서스가 이뤄지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적폐’ 논쟁부터 한·미 동맹 균열 우려까지 분열음이 더 크게 들린다. ‘두 얼굴’의 미국처럼 우리도 야성에 휩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방적 이성과 극단적 정치가 야성에 길을 터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귀국길이 무섭고 두렵다.

boyoung22@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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