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 러, 마케도니아 국명 변경 놓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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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교관 추방하며 갈등 고조
마케도니아 나토 편입 우려한 러
발칸 영향력 약화될라 적극 개입

그리스가 마케도니아와 맺은 국명 변경 합의안에 반대해 부당한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외교관 4명에게 추방 또는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도 외교관을 맞추방할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11일 로이터통신 및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러시아 외교관들이 ‘외교관으로서 지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두 명을 추방하고 두 명은 입국금지 조치했다. 이들은 그리스가 마케도니아와 지난달 체결한 국명 변경 합의안을 약화시키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추방당한 두 명은 국명 변경 반대 시위에 연루된 상태에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미트리스 차나코풀로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국제법을 어기고 그리스를 존중하지 않은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발칸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가 전략적 요충지인 마케도니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방해하기 위해 외교공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케도니아는 지난달 그리스와의 27년간의 갈등 끝에 국명을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해 나토 편입이 유력한 상태다. 그동안은 그리스의 반대로 유럽연합(EU) 및 나토에 가입할 수 없었다. 그리스는 옛 유고 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마케도니아의 국명이 그리스에 있는 마케도니아와 같은 만큼 ‘역사 도용’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마케도니아가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영토를 영유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해왔다.

러시아로서는 지난해 몬테네그로에 이어 마케도니아까지 나토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자 한층 경계를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이날 러시아 외교부는 “관례에 따라 상응하는 답이 뒤따를 것”이라며 러시아 주재 그리스 외교관을 맞추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마케도니아를 30번째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일지 공식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마케도니아도 회의에 참석했다. 마케도니아의 새 국호는 올해 국민투표를 통과한 뒤 그리스 의회가 합의안을 비준하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양국 야권에서 이번 합의안에 반발하는 데다, 새 국호를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어 실제 발효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