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1.21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사회일반
[사회]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2일(木)
‘302g’ 국내 최소미숙아 사랑이가 만들어낸 ‘생명의 기적’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사랑이가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기관지 내로 폐표면활성제를 투여 받으며 치료를 받고 있다 (태어난 지 이틀째 된 사랑이의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체중 295g까지 떨어져 생존한계 넘나들다 5개월 치료 끝에 3㎏으로 성장
전세계서도 ‘26번째’ 초미숙아 생존사례…“저출산 속 새로운 희망”


유난히 추위가 지독했던 지난 1월 말. 서울아산병원 신관 6층 분만장에서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이가 태어났다. 출생 당시 체중 302g, 키 21.5㎝로 이름은 이사랑이었다. 이 아이가 생명의 기적을 만들어 낼 확률은 단 1% 미만.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를 잡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작은 사랑이는 생사의 고비에서도 엄마 아빠의 목소리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끊임없이 팔과 다리를 내 저으며 기적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은 이처럼 초극소저체중미숙아(이하 초미숙아)로 태어난 사랑이가 5개월여(169일)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견디고 1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밝혔다.

사랑이는 엄마의 뱃속에서 자란지 6개월 만에 태어났다. 당시 체중은 302g으로, 국내에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생존한 초미숙아 중 가장 작은 사례는 380g이었다. 외국에서도 400g 이하 체중의 미숙아가 생존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  사랑의 퇴원에 활짝 웃는 엄마와 아빠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초미숙아(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등록 사이트에는 현재 201명의 미숙아들이 등록돼 있는데, 사랑이는 26번째 작은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사랑이 엄마는 인공수정으로 임신했다. 하지만 임신중독증이 생겨 임신 24주 5일 만인 지난 1월 25일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의 제왕절개로 사랑이를 출산했다.

사랑이는 보통 신생아보다 4개월이나 일찍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다행히 심장수술이나 장수술 등 단 한 번의 수술도 받지 않고 모든 장기가 정상으로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몸무게가 1㎏ 미만으로 태어나는 미숙아들은 호흡기계, 신경계, 위장관계, 면역계 등 신체 모든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다.

때문에 출생 직후부터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미숙아 동맥관 개존증, 태변 장폐색증 및 괴사성 장염, 패혈증, 미숙아망막증 등의 미숙아 합병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또 재태기간과 출생 체중이 작을수록 이들 질환의 빈도와 중증도가 심해진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 아무리 작은 주삿바늘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 길이가 아기의 팔뚝 길이와 비슷해 삽입 자체가 쉽지 않고, 단 몇 방울의 혈액만 뽑아도 바로 빈혈이 발생하기 때문에 채혈조차 쉽지 않다.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너무 작기 때문에 수술조차 할 수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더욱이 투석기나 심폐보조기와 같은 의료 장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미숙아 치료는 의료진의 다양한 진료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사랑이의 경우 허파꽈리가 완전히 생성되기도 전인 24주 만에 태어나 출생 직후 소생술을 통해 겨우 심장이 뛸 수 있었다. 기관지 속으로 폐표면활성제를 투여받으며 겨우 숨을 몰아쉬는 정도였다.

태어난 지 일주일째에는 몸속에 머금었던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95g까지 떨어져 생존의 한계를 넘나들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300g 이하에서는 생존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료진 모두가 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주치의 정의석 교수를 비롯한 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은 그동안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쌓아 온 미숙아 치료의 경험과 노하우로 생존 확률이 1%도 채 되지 않는 사랑이의 생존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미숙아 괴사성 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수유라는 말에 사랑이 엄마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했으며, 출산 후 처음 한 달간은 몸이 불편한 엄마를 대신해 아빠가 매일 병원으로 모유를 가지고 와 사랑이를 응원했다.

그 결과, 사랑이는 미숙아 괴사성 장염이 발병하지 않을 수 있었고, 600g 정도까지 자랐을 무렵에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적은 양의 산소만으로도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졌다. 그처럼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해내며 사랑이는 어느덧 3㎏으로 건강하게 성장했다.

사랑이 엄마 이인선(42)씨는 “사랑이는 남편의 생일에 운명처럼 찾아온 아이인 데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게 된 첫 아이여서 가족 모두가 단 한 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면서 “사랑이의 아빠, 엄마가 돼 사랑이를 보살펴준 중환자실 의료진이 너무 고맙다”고 울먹였다.

현재 국내에서 한 해에 태어나는 1.5㎏ 미만 극소저체중미숙아 수는 3천여명에 달한다. 이는 20여 년 전 약 천 명에 불과하던 것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3년(2014~2016년) 동안에는 163명의 500g 미만 초미숙아가 출생했으며, 생존율은 28%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총 33명의 500g 미만 초미숙아들이 태어났고, 이들의 생존율은 52%에 이른다. 이는 최고의 미숙아 치료성적을 보이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의석 교수는 “한 뼘도 되지 않는 사랑이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작은 아이가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니 그저 살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위기 상황 때마다 사랑이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병섭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과장은 “최근 국내 출산율이 급감하고, 미숙아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초미숙아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
▶ “조합원자녀 등 40명 채용”… 민노총노조 ‘세습리스트’ 확..
▶ ‘전 증권사 부사장 골프장 성행위 동영상’ 지라시 수사
▶ “이 여자는 불륜녀”…아파트에 비방 유인물 300장
▶ 정녕, 마흔아홉살의 여우란 말인가
▶ 국민연금으로 노후생계 가능 지역 강남 3구·울산 4개구뿐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아파트 주차장에서 한 여성을 불륜녀라고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 300장을 뿌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이 벌금형을 선..
mark정녕, 마흔아홉살의 여우란 말인가
mark비명직후 끊긴 112전화…노래주점 악랄 성폭행범 검거
‘전 증권사 부사장 골프장 성행위 동영상’ 지라시 수..
UAE서 이별통보 애인 살해뒤 ‘인육요리’ 엽기 범죄
한국인 최초 인터폴 총재 탄생…김종양 전 경기경..
line
special news 유승준, 11년만의 신보 발매 무산될 듯…“유통사..
싸늘한 여론 여전…새 유통사 찾아야 해 22일 발매 어려울 듯 미국 시민권 취득에 따른 병역 기피 논란으..

line
“조합원자녀 등 40명 채용”… 민노총노조 ‘세습리스..
민주노총 총파업 9만여명 참가…박근혜 정부 때보..
정읍 농장서 남녀 숨진 채 발견…“극단적 선택 추정..
photo_news
[단독]‘도시어부’ 23일 녹화 전면 취소…제주도..
photo_news
기울기 감소한 ‘피사의 사탑’…“17년간 4㎝ 바..
line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illust
“수양산 백이숙제처럼 살아라”… 야심 큰 차남에 首陽大君 호..
[인터넷 유머]
mark결혼 이혼 재혼의 법칙! mark돈벌이도 가지가지
topnew_title
number 돌체앤가바나 디자이너 “중국은 똥 같은 나..
‘JSA 귀순’ 오청성 “산케이 ‘한국군’ 보도는 ..
국민연금으로 노후생계 가능 지역 강남 3구..
페이스북, ‘어린 신부’ 경매로 또 거센 비난받..
프레디 머큐리, 남진과 나훈아
hot_photo
국회 떠나는 이재명 경기지사
hot_photo
국내 최고 수령·감정가 ‘천종산삼..
hot_photo
유빈, 5개월만에 솔로앨범 ‘#TUS..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