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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3일(金)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판타지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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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미국은 진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열정적인 몽상가들, 사기꾼들이 만든 나라”라는 틀로 분석했다. 사진은 영화 ‘위대한 쇼맨’으로 저자는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P T 바넘을 미국의 환상을 만든 전형적인 인물로 꼽았다. 자료사진
▲  자잘한 환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인의 의식을 잠식해 가짜와 진짜, 실재와 허구를 구별하지 못하게 했다. 사진은 그런 환상을 만든 대표적인 장소인 디즈니랜드. 자료사진

- 판타지랜드 / 커트 앤더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서적

유난히‘환상’ 즐기는 미국인
4명중 1명 ‘마녀 實在’ 믿어

청교도들 이주… 골드러시…
불가능한 꿈 성취해 온 역사
‘현실 무시하는 부작용’ 초래

진짜와 가짜 엮은 ‘연예산업’
눈속임을 사실처럼 퍼뜨려와

몽상가·사기꾼·호구들 섞여
‘트럼프 대통령’ 만들어낸 셈


‘가짜뉴스’는 거짓이 아니다. 가짜뉴스는 ‘정확히’ 진실만을 말한다. 바로 그 점이, 완벽하게 진실하다는 그 점이, 가짜뉴스의 진짜 문제다. 가짜뉴스에 담긴 진실은 탈진실(post-truth), 즉 자신이 믿고 싶은 것으로만 구축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가짜뉴스의 신봉자들은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토론하기 전에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사실이 어떠하든지 간에, 자신의 진실을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다. 가짜뉴스는 반역사적이고 반지성적이며 반대화적이고 반사회적이다.

가짜뉴스를 믿는 이들이 힘을 모아 국가를 세우거나 투표를 통해 국가를 장악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 전체가 신념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환상의 나라, “모든 개인은 뭐가 됐든 각자 바라는 대로 믿어도 되는” 믿음의 국가가 되지 않을까. 이런 나라가 존재하고 또 존립할 수 있을까.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커트 앤더슨에 따르면 탈진실에 바탕을 둔 나라, “허구적 상상에 기초한 생활 방식만을 골라가며 따르는 사람들”의 나라가 실제로 세상에 있다. 바로 미국이다. 국민의 3분의 2가 성서의 창조 설화를 글자 그대로 믿거나 천사와 악마가 이 세상에서 활약 중이라고 믿는 나라, 3분의 1은 지구온난화가 과학자와 정부 및 언론인이 작당해서 퍼뜨린 거짓말이라고 믿는 나라, 4분의 1은 마녀가 실재한다고 믿거나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믿는 나라…. 한마디로 미국은 악령이 끝없이 출몰하는 ‘판타지랜드’다.

미국인들은 유난히 환상을 즐긴다. 음모론이나 마법을 신봉하며, 판타지 축구게임이나 영화 등 가상현실(VR)을 좋아한다. 이유는 따로 없다. 그들이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청교도의 국가, 즉 믿음을 실현하려고 신대륙을 찾아온 이들의 나라이고 자신이 믿는 바를 어떻게든 현실로 이룩해 온 이들의 나라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부여한 자기만의 진실에 대한 무한정 신뢰, 즉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사고방식은 일종의 풍토병이다. ‘판타지랜드’는 “무엇이든 쉽게 맹신하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며, 대체로 현실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미국인의 독특한 심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돼 왔으며, 오늘날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이 전면적으로 성찰하는 것은 탈진실에 호소해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등장이다.

미국은 청교도의 나라다. 청교도들은 신대륙에 천국으로 가는 새로운 길을 건설하겠다는 신념을 품었고, 미국인의 심성에 “나는 믿는다, 고로 나는 옳다”는 사고 습관을 심었다. 미국은 골드러시의 나라다. 수많은 이들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벼락부자가 될 기회를 붙들기” 위해 현실의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서부로 달려갔다. 황무지에 몰려든 이들 중 소수가 겪은 “불가능한 꿈과 행운의 노다지”는 “스스로의 삶을 재창조하려는” 자기 확신을 실제 현실로 만들었으며, 이로써 “무한한 사적 자유에 대한 갈망”이 미국인의 무의식으로 스며들었다. 미국은 또한 연예의 나라다. 환상을 산업으로 만들었다. 음모와 현실을 뒤섞고 진짜와 가짜를 엮어서 연예산업은 그럴듯한 눈속임을 사실처럼 퍼뜨린다. 아메리카 박물관에 인어를 전시한 적도 있을 정도다. 이로써 “상상적 이론이 흥미진진하고 아무도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할 수 없다면, 사실로서 믿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의 습성을 강화했다.

미국은 “진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열정적인 몽상가들, 사기꾼들과 호구들이 만든 나라”다. “어떤 것이 사실이길 바란다면 설령 거짓일지라도 그것이 사실처럼 여기게 만들면 된다”고 미국인들은 믿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오두막 신화를 살펴보자. 흔히 사람들은 소로가 깊은 숲속에서 혼자 힘으로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들어진 신화일 뿐이다. 소로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오두막을 지었고, 불과 30분만 걸으면 부모가 사는 도시가 있었다. “자신의 무지 때문에 사기를 당한 사람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면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 행동”을 면책하는 미국이기에 ‘살짝’ 조작된 신화가 널리 퍼져 나간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를 퍼뜨림으로써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그 절정이다.

‘판타지랜드’는 ‘네 멋대로 살라’는 ‘자기만의 현실’을 강조하는 현대의 문화적 풍토와 “자신과 똑같은 환상을 공유하는 수천 명의 사람”을 찾아주는 정보통신 기술이 탈진실에 과도한 애착을 품은 미국인의 정신적 편향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미국인들은 “자기만의 현실을 만들거나, 아무것이나 믿거나, 누가 됐든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 흉내를 내는 일”을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미국인들은 가짜와 진짜, 실재와 허구를 거의 구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롤랑 바르트는 말한다. “무지란 지식의 결여가 아니다. 지식의 포화 상태로 인해 미지의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다.” 자신이 모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만 지식은 성립된다. ‘환상의 나라’ 미국은, 이런 뜻에서 무지의 나라다. 하지만 그 사실을 낱낱이 폭로한 ‘판타지랜드’가 출판돼 화제를 일으키는 나라 미국은, 여전히 지성의 국가다.

장은수 출판평론가·순천향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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