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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3일(金)
“유물 복원은 새로운 기억을 맞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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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 김겸 지음 / 문학동네

“유물이나 예술작품의 가치는 물질로서의 존재보다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로부터 나온다. 명작들은 과거의 이야기뿐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덧입으며 새 생명을 획득해나간다. 보존복원이란 행위는 새로운 이야기가 유물에 덧입혀지는 과정이다. 그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유물은 살아 있는 역사가 된다.”

문화재든 미술작품이든 ‘보존복원’을 거론할 때 대부분 ‘감쪽같이’ 원래의 작품처럼 다시 복원해야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보존복원 전문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에게는 외형의 ‘감쪽같음’보다 작품 자체의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작품의 주요 재료인 합성수지가 세월의 흐름과 환경의 영향으로 급격히 색이 변하고 형태가 일그러져 가고 있는데 ‘눈가림’ 식 화장이라도 하듯 표면도색을 해달라는 작업의뢰가 들어온다면 그런 작업은 정중히 거절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 작업을 한들 이내 문제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복원이라는 것은 일정 기간 작품의 가치를 유지하는 수단이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한 세대를 두고 재처리해가며 지속적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일이 복원이다. 실제로 1311년에 완공된 영국의 링컨 대성당은 자체 복원 팀에서 매일 복원을 하고 있으며 성당 전체를 한번 손보는 데 50년이 걸린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유물을 복원한다는 것은 기억과 가치를 복원하는 것이며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시간을 복원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복원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간, 새로운 기억을 맞이하려는 의지의 진행형”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했던 광화문 이순신 동상부터 클라스 올든버그의 ‘스프링’까지 저자의 손길을 거친 작품은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로댕,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헨리 무어, 백남준, 권진규, 이성자 등 여러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와 문익환 목사의 피아노 등 다양한 근현대 기록물도 복원했다.

책에는 복원작업을 하며 들었던 작가의 상념과 현장에서의 어려움, 그리고 여러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동상들의 목욕 이야기는 보존복원 분야에서 아직도 전문적인 접근이 아쉬운 한국의 실상을 보여준다. 사실 동상은 섣불리 ‘목욕’을 시켜서는 안 된다. 거친 솔로 표면을 싹싹 문지르면 정작 제거돼야 할 오염물은 떨어지지 않고 보존돼야 할 파티나층(파티네이션으로 만든 동상의 표면층)만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미술사와 미술비평을 전공하고 일본과 영국에서 보존복원을 공부했다. 일본 기비조각수복소, 삼성문화재단 보존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팀 팀장을 거쳐 지금은 김겸미술품보존연구소를 운영하며 가르치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 264쪽, 1만65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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