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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3일(金)
인간에게 생명共存 일깨운 ‘검은갈기 사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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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의 전설 / 브렌트 스타펠캄프 지음, 남종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이 책을 설명하려면 ‘세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황게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했던 수사자 세실. 검은 갈기를 가진 세실은 관광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세실은 2015년 7월 미국인 사냥꾼에게 사살됐다. 사냥 가이드가 보호구역 경계에서 코끼리 사체로 세실을 유인했고, 세실이 나타나자 사냥꾼은 석궁을 들어 화살을 쏘았다. 피를 철철 흘리며 밤새 도망친 사자는 이튿날 뜨거운 물로 샤워한 뒤 푹 자고 다시 나온 사냥꾼에게 화살 한 방을 더 맞고 결국 숨을 거뒀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세실이 사살된 사실은 전 세계로 보도됐다. 세실의 처참한 죽음이 알려지면서 불법 사냥을 비난하고, 사자 보호 여론이 들끓었다. 사자보호기금이 모금되고, 항공사는 사냥동물의 모피 운송을 중단했으며 미국 야생동물관리국은 아프리카 사자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한 마리 사자의 죽음이 아프리카 사자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이 책은 벨기에 정도의 면적인 황게국립공원에서 사는 사자 270마리를 관찰하고 연구해 온 사자연구원 브렌트 스타펠캄프의 회고이자 기록이다. 그는 세실의 마지막 사진을 찍었고, 세실의 목줄에 GPS를 달아준 연구원이었다. 단순히 ‘옮긴 이’로 적혀 있지만, 환경 분야에 천착해온 현직 기자인 남종영은 이 책을 만드는 데 저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 전화와 서신으로 저자를 설득해 그의 기록을 받아 신문에 싣고 그 기록과 저자가 찍은 사진을 모아서 이 책을 만들었다. 동물보호에 대한 민감도가 그리 높지 않은 한국에서 아프리카 사자에 대한 책이 나오게 된 이유다.

책에는 자연보호활동가인 저자가 사자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가에서 시작해 사자는 어떻게 태어나서 자라는지, 어떻게 경쟁하고 사냥하는지, 자신은 무엇을 연구하며 이런 연구는 어떻게 아프리카의 생태에 기여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생물다양성 등 당위에 대한 공감은 물론이고, 사자의 신비한 습성이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읽는 재미도 있다. 아, 그리고 덧붙일 이야기 하나. 세실을 사살한 사냥꾼은 미국인 치과의사였는데,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보호구역 밖에서 사냥했다는 이유로 짐바브웨 법정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았단다. 160쪽, 1만35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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