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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3일(金)
美 민주당은 ‘도덕적 僞善’ 때문에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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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 토머스 프랭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美언론인 토머스 프랭크 분석

클린턴 · 오바마 정부 백악관
백인 중산층 출신 전문직우대
아이비리그출신‘진보계급’화

평등주의가치 스스로 포기해
지지층 배반하고 패배 자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민주당이 애지중지하는 도덕적 정직성이라는 탈을 벗겨 버리는 것이다. 즉 진보주의자들로 하여금 정의는 항상 자신들 쪽에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책 말미에서 저자 토머스 프랭크(53)가 결론 격으로 하는 말이다. 2016년 3월에 나온 이 책의 저자는 그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를 예언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번역돼 나온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의 언론인이자 역사학자다. 책은 ‘민중의 당’(the party of the people)을 표방하며 40여 년간 승승장구해온 민주당이 왜 패배할 수밖에 없는지, 그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핵심 지지계층을 둘러싼 전략적 오판이라는 점을 들춰낸다. 요즘 한국의 진보정당들이 들어도 ‘찔끔’할 것 같은 얘기다.

2008년부터 미국 언론은 ‘우세의 고착화’라는 표현을 썼다. 1992년부터 지속된 민주당의 대세가 앞으로도 꺾이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당시 대선 과정에서 흑인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는 월스트리트에서 공화당 후보보다 많은 후원금을 모았는데, 이는 ‘민주당 고착화’의 바로미터라고 평가됐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는 등 공공의 정의라는 면에서 진보주의자들은 미국 역사상 어느 시절보다 도덕적 우월감을 만끽했다. 인구분포에서도 젊은 세대가 대세를 이루며 민주당은 깃발만 꽂아도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할 것 같았다. 그런데 2016 대선에서 공화당에 패배, 그것도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한 것은 큰 충격이었다. 이 책은 출간 당시보다 대선 이후 더 주목받았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저자는 민주당이 자신들의 핵심 정체성이었던 평등주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지지층을 배반하고 패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1930년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 승리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인 뉴딜정책과 블루칼라·서민을 위한 복지·노동친화적 정책을 대대적으로 도입해 유권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민중의 당이라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다질 수 있었다. 소위 포디즘(Fordism)이 발판이 돼 성장과 복지가 국가 주도로 동시에 달성됐던 ‘골든 에이지’였다.

그러나 케인스 이론에 입각한 자본주의 경영이 위기에 봉착하고 1970년대 후반부터 신자유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민주당은 블루칼라를 평등과 연대라는 철 지난 구호나 외치는 뉴딜 시대의 산물로 취급하기 시작했고, 선거철 때만 친한 척했다. 이후 블루칼라 대신 백인 중산층 출신의 ‘전문직 종사자’들로 그 자리를 메워 나갔다. 이 책은 바로 빌 클린턴과 오바마 집권기의 민주당, 그중에서도 두 정권이 가장 선호하는 유권자이자 중용하고 밀어준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공인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제2의 계급’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부상은 미국뿐 아니라 서구와 우리나라도 직면한 소위 ‘상위 10%’와 직결되는 문제이자, 능력주의라는 말로 포장돼 ‘각자도생’의 스펙 쌓기로 젊은이들을 내모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양상이다.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부여한 것은 재력이 아니라 학력이다. 의료, 교육, 과학, 기술관료, 법률, 금융, 실리콘밸리 등에 종사하는 이들은 상당 부분 공공성이 요구되는 ‘사회적 수탁’ 성격의 직업을 가졌지만 오히려 더욱 탐욕에 따라 움직인다. 자본가도 노동자도 아니지만 대개 자본을 위해 움직이며 연대의식은 없다. 저자는 학벌 쌓기라는 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을 ‘진보계급’이라 부른다. 전문성이 ‘후기 산업사회의 이데올로기’이며, 오늘날의 민주당은 전문직 계급의 당이라는 것이다. 특히 클린턴과 오바마 정부 때 교육(학벌)을 마치 실업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처럼 강조해온 것, 또 백악관과 관료사회를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채우며 자랑스러워했던 것 등을 사례로 든다. 저자는 민주당이 전문직 계급에 봉사하고 그들을 찬양하는 데 헌신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민중의 당’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도덕적 위선을 거두지 않는다면 과거와 같은 정치적 성취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400쪽, 1만7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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