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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3일(金)
“대법원장이 소장판사 ‘檢수사’ 동조한 건 사법부 권력 바꾸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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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6일 문화일보 인근 농업박물관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 사태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재판거래 없었다’결론에도
대법관 13명 결의 무시하고
사실상 검찰 고발 선택해
사법행정권 의혹 스스로 키워

행정처의 임의자료 제출은
위법이자 사법부 독립 침해

민변 출신 등 대법관 추천
자신과 성향비슷한 사람 선택
‘코드인사’로 비판받아 마땅


사법부가 큰 난리를 겪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양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상고법원에 비판적이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견제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 과정에서 소장·개혁 성향 판사들은 ‘재판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검찰 고발을 촉구했고, 중견·온건 성향 판사들은 재판 거래는 사실무근의 거짓 선동이라고 맞서는 등 법원이 둘로 쪼개졌다. 양 대법원장 때 한 차례,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두 차례 진상조사 결과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없으며,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재판을 박근혜 정부의 입맛대로 조율해줬다는 소위 ‘재판 거래’ 주장도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김 대법원장이 대법관 13명 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검찰 고발을 선택함으로써 법원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법원장의 선택에 힘입어 검찰은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문서 파일, 자료, 이메일, 메신저 등을 내놓으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 와중에 김 대법원장은 최근 김선수 변호사, 이동원 제주지방법원장,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을 8월 초 임기를 마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후임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 멤버이자 회장을 지냈다.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3명 중 2명이 대통령 및 대법원장과 일치하는 코드 인사로 보인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논의 과정은 양승태 사법부 행정권 남용 논란과 맞물려 정통 법관들이 대법관 후보 추천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헌법학 원로인 최대권(81)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사법부가 정치화·코드화되는 한편 검찰 수사 압력을 받는 현재의 사태를 법치주의의 위기로 진단했다. 서울대 법대에서 30년간 가르쳤고, 현재는 왕성하게 언론에 기고하거나 토론회 등에 참여하고 있는 최 명예교수는 지난 6일 문화일보 접견실에서 가진 ‘파워 인터뷰’에서 2시간여 동안 격정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금 법원이 전대미문의 대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법을 수호해야 할 기관에서 이런 정치 운동이 일어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문제는 대법원장이 코드 인사로 들어오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대통령과) 같은 코드라고 임명된 대법원장이 젊은 판사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때 ‘재판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마구 들고일어나자 거기에 동조해버렸다. 세 차례나 한 진상조사 결과 ‘그런 게 없다’고 나왔는데도 굳이 그렇게 가버렸다. 마침 주요 사건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법원을 한번 손봐야지’ 하는 정서가 검찰에 있었는데, 소장 판사들의 검찰 고발 요청과 대법원장의 사실상 동조가 사태를 엄청나게 꼬아 버렸다. 그런데 이는 사법부 독립 원칙에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내가 석·박사 공부를 했던 미국에선 대법원을 그리스 시대의 신관으로 볼 정도로 존중한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법률적 판단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곳이 대법원이기 때문이다. 대법관의 판결은 신탁으로 볼 정도로 대법원에 대한 신뢰가 높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판사나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못 받는데 이는 민주주의에 큰 약점이다. 법치주의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다. 법관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법률적 판단을 안 바꿔주는 사람’이라는 신뢰나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이걸 젊은 판사들이 뭉개고 대법원장이 동조해버렸다. 전임 대법원장보다 사법시험 기수가 13기나 아래고 대법관 경험도 없는 이 사람을 대통령이 왜 앉혔겠느냐. 법원에서 판례나 선례를 중시하는 이유는 법치주의는 안정성과 일관성이 중요한 원칙이라 그렇다. 법원이 법률적 일관성을 이어 가려면 기수도 따져야 한다. 기수를 이런 식으로 심하게 파괴하는 건 법적 안정성을 깨는 측면이 있다. 또 하나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법원 구조는 대륙법계 전통을 이어받았다. 독일, 프랑스, 일본 같은 데서 우리나라 법 제도가 왔다. 처음에 지방법원 배석판사로 경험을 5∼6년 쌓아 단독판사가 돼 가벼운 사건 재판을 하다 대략 12년쯤 해야 부장판사가 된다. 부장판사가 되기 전까지는 어떻게 표현하면 판사가 되기 위한 훈련 과정이다. 그다음부터 고등법원 부장판사, 지방법원 법원장, 고등법원 법원장을 하고 그중 엘리트가 대법관이 된다. 이게 넓은 의미로 승진 제도다. 그러니 내부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이 경쟁체제에 위기감 또는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 판사들이 ‘코드’에 쉽게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힘겨운 승진 경쟁 대신 조직 운동, 정치 운동으로 우회(迂廻)한다는 주장인가.

“그들은 경쟁체제를 타파하겠다는 것인데, 어떤 형태로든 경쟁은 없을 수 없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만들어졌는데, 거기서 법원장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하자고 주장한다.

“그게 인민재판식 아니고 뭐냐.”

―또 검찰로 치면 차관급 검사장인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도 없어진다.

“그것도 문제가 많다. 좀 전에 말했지만, 경쟁 과정을 거쳐 훌륭하고 뛰어난 법관이 고법 부장, 지방법원장, 고등법원장, 대법관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그 선택을 뭘 기준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검찰도 우수한 검사가 승진되는 구조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전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에 재직했던 판사들을 젊은 판사들이 탄핵 대상으로 삼는데, 행정처는 상위 1% 정도의 최고 유능한 판사들이 간다. 로열 코스다. 거기에 들어간 사람은 상당수가 대법관이 되거나 헌법재판관으로 간다. 이게 젊은 판사들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판사 승진 제도가 없어지면 판사들이 승진에 목매지 않고 법대로 판결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재판을 열심히 하지 않고 ‘놀고먹는’ 판사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향판(鄕判)’이 되기 딱 좋다. 승진과 경쟁체제를 죄악시하고 막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판사 승진 고과를 제대로 정해야 한다. 그래서 유능하고 성실한 소수만이 대법원에 올라가는 게 나쁜 제도가 아니다. 이번 대법원 사태는 이 로열 코스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으켰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불행한 건 법관들도 코드에 물든 세대가 상당수 됐다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법원장이 문제다. 대법원장쯤 되면 대법원의 세 차례 조사에서 남들 보기에 부끄럽고 민망한 처신은 있었지만 불법으로 볼 정황이 나오지 않았으면 책임지고 정리했어야 했다.”

―김 대법원장이 자기 선에서 마무리했어야 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런데 대법원장이라는 분이 대법관 13명 전원의 결의를 무시하고 밑의 판사들에게 동조하고 나섰으니…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홍위병을 앞세워서 사법부 권력을 교체하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김 대법원장이 전임 대법원장보다 13기수 아래인 사법연수원 15기다. 대법원장이 자신보다 기수가 앞선 대법관, 법원장, 고법 부장들을 몰아내기 위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확대·증폭한다는 건가.

“바로 그거다. 들쑤셔서 스스로 법원을 나가거나 자신에게 동조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 및 행정처 간부들 컴퓨터를 다 내놓으라고 하는데 행정처는 못 준다고 하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넘겨주고 있다. 범죄와 연관된 뚜렷한 피의사실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자료를 넘겨주는 건 증거법상 위법 아닌가.

“위법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저해하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은 판사의 독립, 재판의 독립이다. 합의부, 대법원 전원합의체 같은 경우 열렬한 토론을 하는데 이 법관들의 심의과정은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사법부 독립을 위해서다. 그거 내놓으라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해치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최근 임명 제청한 대법관 후보 3명 중 김선수 변호사는 민변의 핵심이었고 유명한 노동전문 변호사다. 노무현 전 대통령·문재인 대통령도 민변 창립 멤버다.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은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앞서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임명한 박정화 대법관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동원 제주지법원장은 색깔이 없는 순수 법관으로 보여 3명 중 2명이 진보나 ‘코드’ 인사로 분류될 수 있다.

―이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앞으로 문 대통령 임기 중 바뀔 5명의 대법관 인사는 더 코드화할 것 같은데.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은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해야 한다. 민변이 편향적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데….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법관도 문제다. 대법원장이 회장을 한 연구회 아니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강조하고 싶다. 아이젠하워는 공화당 출신인데 진보적인 얼 워런을 대법원장에 임명한 적이 있다. 워런 대법원장은 공립학교 흑백분리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등 미국 사회를 바꾸는 의미 있는 판결을 많이 끌어냈다.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을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이) 자기랑 극단적으로 비슷한 사람으로 임명하면 안 된다.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을 이렇게 임명하는 건 매우 문제가 많다.”

―대법원이 특히 더 그런데, 법원이 원래 정치권보다는 조금 늦게, 보수적으로 가야 하는 곳 아닌가.

“그렇다. 법이라는 것 자체가 보수적이다. 법원이 무슨 입법기관이고 행정부인가.”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명 제청하는 곳이 우리나라뿐이라던데?

“그렇게 알고 있다.”

―대법원장에게 그 권한을 준 건 좋게 말하면 대법원장이 대통령에 맞서 방패막이가 돼 사법부 독립을 지키라는 것이고, 나쁘게 해석하면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앞세워서 사법부를 장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주 정확히 말했다. 옛날에는 대통령의 사법부 개입을 막으려 이렇게 한 측면이 있다.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 사람(대법원장)만 똑똑하면 사법부 독립을 지킬 수 있는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대법원장을 통해 대통령이 법원 인사를 일정 방향으로 움직여 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대법원장을 누구를 시키느냐가 대단한 주목거리였다. 그(대법원장)를 통해서 대법관부터 지방법원 판사 하나하나까지 다 컨트롤이 가능하니까. 그런데 지금같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코드 인사하면 답이 없다.”

―자신이 제청한 대법관들과 함께 전원합의체를 하면 대법원장의 의도대로 재판이 이뤄지기 쉽다. 전원합의체에 들어가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동등해야 하는데, 상하구조다. 심지어 지금은 같은 색깔로 채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대법관회의로 넘기는 건 어떤가.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대법원장을 누구로 하는가가 중요하다. 미국은 대법원장이든 대법관이든 전부 대통령이 지명하고 의회의 인준 표결을 거친다. 의회가 대통령의 임명권을 견제하는 거다. 우리도 국회가 견제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역할을 잘 못한다.”

―지금은 국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동의로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임명안이 통과되는데, 이를 3분의 2 이상이나 5분의 3 이상 동의로 바꿔 제1야당이 반대하는 극단적인 인사는 안 되게 하면 어떤가. 우리나라는 여당이 대통령 친위대라 국회가 인사권을 견제하는 의미가 없다.

“좋은 아이디어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대법원장·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라 한 명의 대통령이 최고 사법기구 구성원 전체를 장악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재형 대법관을 뺀 대법관 13명과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뺀 8명의 헌법재판관을 자신의 임기 안에 임명하게 됐다. 최고 사법기구의 수장과 구성원 대부분을 대통령 입맛대로 짜는 게 가능해졌다. 문 대통령 후임 대통령도 똑같은 권력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한 명의 대통령이 임기 내에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거의 전원을 임명하게 되면 삼권분립이 원천적으로 침해받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대법관이 종신제다. 독일은 헌법재판관 임기가 12년이다. 일본은 대법관 임기가 따로 없고 정년이 70세다.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거나 길수록 임명권자에 대해 더 독립적일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 임기가 5년이니까 대법관·헌법재판관 임기는 10년 정도로 하는 건 어떨까.

“대단히 필요하다고 본다.”

인터뷰를 끝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최근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중학교 1학년 때 최전방 춘천에서 6·25를 겪은 보수적인 노 헌법학자는 헌재가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2019년 말까지 대체입법을 하라고 선고한 걸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열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으로서 병역의무는 지켜야 한다. 하지만 ‘양심상 도저히 총을 못 들겠다, 사람 못 죽이겠다’고 하면 그런 사람까지 굳이 1년 6개월을 교도소에 넣어야 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처럼 병역 기피 풍조가 많은 시대에 이를 허용하게 되면 병역 기피자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양심상 진짜 칼이 목에 들어오더라도 집총은 못 한다는 사람을 가려주는 게 맞긴 한데 그걸 어떻게 가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또 양심이 뭐냐. 그럼 군입대자는 양심이 없는 사람인가. 양심을 가볍게 보는 풍조가 있다. 과거에 명예훼손으로 유죄 판결이 나면 언론사가 광고란에 피해를 본 사람한테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아직도 그렇게 한다. 사죄 광고를 법원이 언론사나 당사자한테 명할 수 있었다. 그럴 때는 언론사가 마지못해 사죄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를 헌재가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고 위헌결정을 냈다. 그때 헌법 소송에 앞장선 사람이 민법 교수 출신인데, 양심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사죄 광고를 안 내는 것으로 됐다. 그럼 뭐가 양심인가. 유죄 판결이 날 만큼 모욕적인 얘기를 했을 때 사죄를 하는 게 오히려 사회적으로 정당한데 그게 어째서 양심의 문제냐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법정에서 선서하는데, 그것도 양심에 침해되는 것 아닌가. 병역 기피가 양심인가. 하기 싫은 것을 하게 하는 것과 양심은 구분돼야 한다. 그래서 양심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할 정도면 그걸 봐줘야 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그걸 판정하느냐다. 둘째는 공정성의 문제다. 군 복무 기간이 21개월인데, 대체복무를 얼마나 하게 하면 형평성에 맞느냐는 문제가 있다.”

―어쨌든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으니 대체복무를 찾아야 하는데, 기간은 병역의 1.5∼2배로 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1.5배는 약하고 2배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의 강도가 병역보다 약하면 안 된다. 6·25 때 전투하지 않는 노무부대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산악이 많아 전투할 때 고지전이 많았다. 그래서 지게에 탄약·식량을 지고 올라갔다. 전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하는 것만큼 위험했다.”

―종교적 병역거부자는 전투뿐만 아니라 전투지원도 거부할 게 뻔한데.

“그럼 형평성을 맞추기 힘들다.”

―그래서 오지(奧地), 낙도(落島)에 가거나 호스피스 병동 같은 곳에서 말기 환자를 돌보고, 그러면서 집에서 출퇴근은 안 되고 합숙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기간이라도 많이 길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그걸 선택한다면 진짜 소신이라고 판단될 정도로는 길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병역 기피다. 나중에 상황을 봐서 줄여주더라도 우선은 병역복무 기간보다 많이 늘려서 시작해야 한다.”

인터뷰 = 김세동 부장 (사회부) sdgim@munhwa.co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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