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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3일(金)
‘31언더’ 대기록 뒤엔 ‘以聽得心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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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미소 그녀의 행복한 모습에, 그녀의 미소에 나의 행복과 미소가 늘어나는 것은 골프로 서로 화합하기 때문이다. 2008년 작. 김영화 화백
요즘 온통 김세영의 31언더파 최저타수 대기록 작성이 화제다. 식당, 커피숍, 호프집 등지에서도 김세영 이야기뿐이다. 그런데 김세영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기록과 함께 화제가 되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김세영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우승과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한마디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 우승 전까지 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박 회장이 “전체적으로 스윙할 때 힘이 너무 들어간다”고 귀띔했단다. 김세영은 이 말을 듣고 예전의 스윙 동영상을 보며 자신의 달라진 스윙을 체크하고 수정해 세계적인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 반드시 좋은 것을 얻는다는 뜻이다. 김세영은 흘려듣지 않았다. 전문가도 아닌 박 회장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어떤 말이든 경청해서 듣다 보면 나름의 창의성이 생기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더군다나 나보다 못한 상대의 말은 무시하려는 경향까지 있다.

지난 2015년 LPGA 롯데챔피언십 최종라운드. 김세영은 18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고도 극적인 ‘칩인 파’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간 뒤 연장 첫 홀에서 기적 같은 ‘샷 이글’로 박인비를 꺾고 우승한 바 있다. ‘역전패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캐디는 “화가 나더라도 이번 샷을 잘 끝내고 나서 화를 내자”고 단호하게 말했단다. 이 역시 이청득심이다.

미국의 프로골퍼 캐리 미들코프는 “항상 자기의 한계를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골프 전설 보비 존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의 잘한 샷을 항상 붙잡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스윙은 변하기 마련이고 결과는 더 나빠질 수 있다. 필자 역시 아내가 머리를 얹으면서 필자에게 레슨해 비웃은 적이 있다. 골프 실력과 원 포인트 레슨은 다르다. 세계적인 골퍼들이 자기 스윙을 봐주는 코치나 감독을 두고 있는 이유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처럼 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 이성이 시작되는 것 같다. 김세영의 이청득심은 지금 우리 골퍼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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