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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Fifty+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3일(金)
쉰 중반 넘어서야 ‘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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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6일 전북 정읍시 쌍암동 내장산 자락에 위치한 꽃밭 정원인 꽃담원에서 꽃박사인 송정섭 꽃담 아카데미 대표 부부가 화초를 돌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꽃에 빠진 ‘꽃담’ 회원들

은퇴 후 가드너로 제2의 인생
전국 2000명이 ‘꽃 공부’ 흠뻑

회원들이 직접 호미질해가며
250종 꽃·나무 만발 정원일궈
전문 지식 나누는 아카데미도

“흙 만지고 화초 가꾸는 지금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죠”


“낮달맞이 노랑꽃·분홍꽃, 베고니아, 금창초, 샤스타데이지, 끈끈이대나물, 송엽국….”

전북 정읍시 쌍암동 송죽(솔티) 마을의 ‘꽃담원(苑)’.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내장산 안자락에 자리 잡은 이곳은 아름다운 꽃들을 은밀하게 숨겨 놓은 ‘비밀의 정원’이다. 이곳 꽃담원에는 자칭 ‘꽃미남(꽃에 미친 남자)·꽃미녀(꽃에 미친 여자)’들이 자주 모인다. 한두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하기도 하고, ‘번개팅’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회원들이 모여 ‘정원 감상, 꽃 관람’ 여행을 함께하기도 한다. 정년으로 직장 생활에서 벗어난 50∼60대 꽃중년, 100세 시대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 꽃밭 가드너(정원사)의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다.

“6년 전,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페이스북를 통해 ‘꽃담’(Flower&Story)이라는 가상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꽃에 대한 상식과 정보들을 주고받으며 현재 2000여 명의 멤버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꽃담원은 지난 2014년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장을 끝으로 은퇴한 꽃박사 송정섭(63) 꽃담 아카데미 대표가 직접 ‘삽질’로 일군 정원(庭園)이다. 송 대표는 70∼80세를 넘겨서까지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민하다 평생 연구해온 ‘꽃’을 선택했다. 사람들과 교류도 하고 강의도 할 수 있는 ‘꽃과 정원 교실- 꽃담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더했다.

▲  담소를 나누고 있는 꽃담 회원들. 꽃담 아카데미 제공

지난달 26일 만난 송 대표는 “250여 종의 꽃과 나무가 심겨 있는 꽃담원은 ‘꽃담’ 회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며 “게스트하우스도 24시간 개방돼 있어 꽃담 회원들의 힐링터, 방문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나이 들수록 자연과 친해져야 하듯 흙을 만지고 꽃을 가까이하고, 정원도 꾸며 보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자신이 직접 정원에 거름을 주고 꽃씨를 심고, 화초까지 가꾸다 보면 세상 근심 모두 사라지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더 좋습니다. 인생 50대 중반쯤 돼야 꽃이 보이기 시작한다는데 아마 그 나이쯤 삶에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 건강에 대한 염려도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송 대표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꽃담 아카데미 교실은 지난 2016년 4월 처음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올해로 일곱 번째 아카데미 교실을 열어 70여 명이 ‘꽃과 정원’에 대한 전문지식을 배웠다. 은퇴 후 꽃과 함께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은 반드시 한 번쯤 거쳐야 할 프로그램이다. 한 기수당 10여 명만 모이면 언제든 꽃담 아카데미가 열린다.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꽃담원 인근에 내려와 사는 꽃담 아카데미 출신 전영숙(여·65) 씨도 꽃 전도사를 자처하는 송 대표의 열렬한 ‘팬’이다. “사계절 번갈아 가며 피는 꽃들의 색감과 향기를 보고 맡고, 꽃들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 꽃들과 대화를 나누면 너무 행복합니다.”

방송국 PD 출신인 전 씨는 정서적 안정을 찾아 전원생활을 시작했다가 꽃밭 가드너로 변신에 성공한 회원이다. 꽃담 아카데미 2기인 전 씨는 송죽마을에 내려와 살며 꽃담 식구들을 만나고 꽃밭을 조성하면서 다른 취미생활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  꽃담 회원들이 지난 2014년 10월 경기 수원시 서호초등학교 교정에 ‘기부 정원 1호’를 조성해 기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꽃담 아카데미 제공

“정원을 가꾸기 위해 하루 1∼2시간쯤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는 ‘호미질’에 아플 겨를도 없어서 병원 갈 일이 없습니다. 사실 서울 방송국 생활을 은퇴한 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도시를 떠나 무작정 전원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방송국 후배의 고향인 이곳에 와서 집을 짓게 됐어요. 집을 지으니까 조경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꽃 공부를 시작한 거죠. 꽃과 정원에 관해 생초보가 무작정 매달린 지 벌써 3년째입니다. 제 생애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꽃담 아카데미 4기 출신 김윤배(여·64) 씨도 “정원을 가꾸는 가드너가 사람에게 가장 친숙하고 오래된 직업 중 하나”라며 “삽과 호미만 있으면 어디든 정원을 파고 꽃을 키울 수 있다”며 꽃과 친해질 것을 권했다.

“도심 소공원을 조성하는 데 재능기부도 하고 회원들끼리 꽃 정보를 교환하며 내가 키운 꽃도 나눠 주기도 하면서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읍에서 중고등학교 교감으로 정년을 맞은 김 씨는 정읍 수성동 집 마당에 200여 종의 꽃을 심어 놓고도 더 넓은 정원을 가꾸기 위해 새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름다움은 물론 향기와 꿀까지 내주는 꽃처럼 ‘나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김 씨의 소망이다. 김 씨는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했지만, 꽃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꽃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집에서 키운 꽃도 나누고, 이웃에게 베풀고 더불어 사는 꽃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

꽃담의 총무이자 ㈜마을 디자인 대표인 박영선(여·50) 씨는 “미래 사회를 상징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삶 속에 문명의 첨단 기기들이 더 깊숙이 들어올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고뇌와 상실감으로 시달릴 것이고, 고령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며 “마음의 빈자리를 메워 주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노년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원을 가꾸고 꽃을 심어야 한다”며 “내장산 꽃담은 도시의 빡빡한 생활을 벗어던진 꽃중년들의 인생 2막을 채워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정읍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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