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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文정부의 주류세력 교체’ 진단-下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3일(金)
韓 “정권에의한 주류교체 월권” 梁 “사회통합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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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진(왼쪽) 서울대 명예교수와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오후 문화일보에서 만나 ‘문재인 정부의 주류세력 교체 진단’ 시리즈를 결산하는 좌담을 벌이고 있다. 두 학자는 각론에서 다소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지만, 권력에 의한 밀어붙이기가 자칫 역사적 왜곡과 사회적 분열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대담 참석자>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
진행 =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문화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주류세력 교체 진단’ 기획을 끝내면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 등 두 분을 12일 오후 문화일보로 모셔 좌담을 벌였다. 두 학자는 “적폐청산 없이는 통합도 어려운 것”(한상진), “적폐청산보다 통합이 우선” 등으로 각론에서 차이를 보이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1919년 건국 주장’에 우려를 제기했고, 정치권력에 의한 일방적인 주류세력 교체 시도는 자칫 씻지 못할 정치·사회적 분열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직언했다. 한 교수와 양 교수가 각각 대한민국의 사회학계와 정치학계를 대표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국민통합’을 고민하고 연구해온 원로 학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지적과 조언은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좌담은 허민 선임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허 선임 =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가장 큰 화두가 주류세력 교체다. 사회의 ‘새로운 표준’을 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데, 두 분은 어떻게 보나.

△한 교수 = 저는 정치권력이 앞장서서 사회의 주류세력을 교체하겠다는 건 명백히 ‘월권’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과욕이고 권력에 대한 맹신이다. 권력이 교체되는 걸 넓은 의미의 주류 세력 교체의 한 부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건 진정한 의미의 주류세력 교체가 아니다. 사회의 성숙한 발전을 통해 주류사회 교체의 흐름으로 가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계획하고 추진하는 게 아니다. 과거의 누적된 비리와 부정, 이런 걸 뿌리 뽑아서 국가 기강을 세우자, 이건 당연히 권력자가 해야 할 일이지만 집권자는 자신의 권력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 권력의 관점에 의해 사회 주류세력을 교체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사회의 다이내믹스를 감소시킬 수 있고 많은 부작용과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양 교수 = 주류라고 했을 때 대상이 엘리트인지 매스(대중)인지 구분해야 한다. 권력자가 인사권으로 엘리트 주류세력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임기 내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매스, 대중 차원에서 주류교체를 인위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져야 한다. 적폐청산의 대상과 범위를 가능한 한 엘리트 중심으로 짧게 끝내고 간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통합을 유지하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면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생각은 한국의 정치·사회 구조를 완전히 바꾸겠단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이분법으로 해서 국민 전체를 기득권층과 서민층으로 나누고 ‘기득권층 제거’ 이런 식으로 나가면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갈 것이다. 국민이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허 선임 = 문 대통령은 3·1운동과 상하이(上海) 임시정부(임정)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도세력 교체를 위한 사상적, 역사적 뿌리를 거기서 찾는 게 아닌가 싶다. 북한과는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같이 하겠다고 제의해놓은 상태다. 왜 그런 걸까.

△한 교수 = 나라가 분단됐고 남과 북이 이질적 체제로 성장했지만 통일해야 할 필연적 과제가 있다. 그런 면에선 긍정적이다. 그런데 임정 수립을 건국 시점으로 잡는 데 이르면 혼란이 생긴다. 형식논리로 따지면 대한민국 헌법은 3·1운동과 임정에서 법통을 찾고 있고 이건 대한민국의 규범적 토대가 된다. 문 대통령은 그 연장에서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건국 100년으로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임정 법통을 이어받겠다고 한 건 남한이다. 북한은 임정을 북한 정부 수립의 법통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임정 100년, 건국 100년을 주장하며 남북 화해 시대로 간다고 할 때 북쪽이 설 땅이 없어진다. 오히려 이건 생각이 필요하다. 3·1운동을 통해 구현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광복’이고 북한도 광복의 가치에 동의하므로 광복이라는 가치를 남북이 공유하는 것이다. 그게 1919년 임정 수립으로 대한민국 건국을 주장하는 것보다 100배 유용하지 않을까.

△양 교수 = 대개 보수는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생각해 왔고 이승만을 국부로 여겨왔다. 진보세력은 임정 수립을 건국 기점으로 보는 거고 문재인 정부가 그렇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꾸려진 것은 국가 정체성 논란이나 역사 논쟁에서 진보가 주장하던 그 방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고 그것을 주류교체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승만 정부 시작을 건국으로 보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정치학자로서 건국 100주년이라는 것을 주장할 수가 없다. 정치학에서 얘기하는 국가의 요건이 있다. 국민, 영토, 주권 등. 임정은 그런 것들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수사(修辭)적으로 “한반도는 우리 땅이다, 조선 민족은 우리 국민이다” 할 수는 있지만, 실효성은 전혀 없는 얘기 아니냐. 주권은 결국 실효적인 것이다. 임정을 상징적으로 해석해서 법통 얘기하고 기념하는 것은 좋지만, 이걸 건국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은 문제다.

△허 선임 = 두 분이 모두 임정 수립을 건국의 기점으로 보는 견해엔 반대하고 있다. 마치 미리 말을 맞춘 것 같다. (웃음) 사회자가 궁금한 것은 문 대통령이 왜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의 남북 공동 개최를 강조하면서 이를 주류세력 교체와 연관시키려 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나 노동, 인권문제가 색깔론으로 공격당하니까 이런 것을 극복하는 차원인가.

△한 교수 = 3·1운동이나 그 연장에서 임시정부의 법통 등과 관련해 남북이 공동 입장을 밝힌다고 하면 그게 엄청난 변화인 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는 남북이 3·1운동 100주년을 공동으로 치르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 1919년 건국론은 진보적인 것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양 교수 = 나 역시 3·1운동 기념식을 공동으로 하는 건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단계로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임정은 그 안에 좌파와 우파가 다 같이 모였기 때문에 법통도 있고 의미도 있는 거다. 만약 북한이 이를 인정한다면 남도 그렇고 북도 마찬가지로 좌우 대립의 색깔론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허 선임 = 주류세력 교체라는 본 주제에 좀 더 천착해 보자. 문 대통령이 대선 전인 지난해 1월에 내놓은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주류세력 교체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내가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의 주류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이라고 했다. ‘조선의 세도정치로 나라를 망친 노론 세력이 일제강점기에 친일세력이 되고 해방 이후 반공이라는 탈을 쓰고 독재세력이 되면서 기득권 주도세력이 됐는데, 이런 구체제와 낡은 질서를 대청소하고 경제교체, 시대교체, 역사교체 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논리다. 이게 과연 옳은 방향인가.

△양 교수 = 그게 문 대통령의 역사관이다. 근대 국가들은 통상 혁명 등을 통해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이 뒤집힌 경험을 했는데 우리 사회는 그런 기회가 없었고 그것이 오늘날 불행한 결과를 맞이하게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생각에 젖어 있다. 그런데 이미 성숙한 민주화 시대에 이런 생각 자체가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뭔가를 뒤집겠다, 뭔가를 권력의 힘으로 교체하겠다, 아직도 독재시대 민주화 투쟁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면 선진화의 문턱에 들어간 국가로서는 상당히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최대 목적은 통합이다. 사회와 공동체의 통합. 이것이 적폐청산이나 번영보다 더 중요하다.

△한 교수 = 적폐청산 없이는 제대로 된 통합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권력은 시민사회의 역량을 잘 조직해서 상식과 교양이 상승하도록 입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다만 월권, 과욕, 이건 안 된다. 다음 권력이 나와서 똑같이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과신이나 월권을 심각하게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류세력 교체가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는데 우리 사회가 흑백 모델로 구분할 수 있는 단순한 사회가 아니고 복합적인 사회다. 권력이 과욕을 부릴 때 의도치 않았던 부작용을 가져올 게 눈에 보여서 굉장히 걱정스럽다.


△허 선임 =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법통과 정통성이 김구-신익희-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이승만이나 박정희는 빠지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생각이 주류세력 교체론과 맞닿아 있는 게 아닐까.

△양 교수 = 문 대통령이 지금 왜 그리 섣불리 주류세력 교체를 추진할까. 자신감이 생긴 거다.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고 남북 간 평화 무드가 정착되는 분위기니까 ‘기회’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의 법통을 그렇게 구분하는 게 맞느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 임정의 법통은 바로 좌우 통합에서 나온 것이다. 비록 이승만에 대한 공과가 있지만, 국부가 이승만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이승만에서 시작돼 19대까지 이어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 교수 = 이승만 정부 때 대한민국의 법률적 토대가 만들어졌고 그걸 지켰다. 이건 간단한 업적이 아니다. 많은 부작용과 오류가 있었고 부정부패도 있었지만, 험난한 조건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누리고 발전시킨 한가운데 이승만의 공적이 있다는 부분을 과소평가하는 건 근본적으로 잘못이다. 박정희도 마찬가지다. 군부 쿠데타를 일으켰어도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룬 공적을 인정해야 한다. 박정희의 업적을 말 한마디로 주변화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국가 정체성이 권력의 입맛에 따라 형성되는 게 아니다.

△허 선임 = 경제 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한 교수 = 재벌의 권력 행사 방식이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고 그걸 정상화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재벌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공헌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법적인 눈을 갖고 정의라는 관점에서 엄히 다스릴 부분은 다스리겠지만 동시에 경제 발전을 위해 공헌할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발전시킨 모델은 없다.

△양 교수 =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기업이 할 수 있게끔 여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부작용이 이미 나오고 있다. 경제가 제대로 안 돼 실업자는 늘어나고 일자리는 안 늘어나는데 주류교체는 무슨 주류교체냐. 주류교체가 아니라 정권교체가 될 텐데. 경제정의는 공정한 거다. 정부가 공정하게 경제정의 차원에서라도 친기업적으로 가야 한다. 친재벌은 아니더라도 기업 프렌들리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기업가정신이 있는 사람들을 키워주는 풍토가 돼야 한다.

△허 선임 = 문 대통령은 주류세력 교체를 정의와 상식의 복원이라고 본다. 진정한 경제정의와 상식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치에서의 주류교체를 짚어보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정치적 주류세력 교체를 ‘보수의 궤멸-민주당 장기집권’으로 보는 것 같다. 어떤가.

△한 교수 = 과거에 노무현 탄핵 시도가 있었고 실패로 끝나면서 엄청난 역풍이 일어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때 여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을 100년 정당으로 만든다고 했다가 3년 9개월 만에 당이 사라졌다. 조심해야 한다. 실사구시로 가고 정책으로 가야지 이념으로 가면 안 된다. 야당이 너무 형편없고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렇지만 지금 정권이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똑같은 전철을 밟는 것 같다. 보수 궤멸과 진보 헤게모니의 장기적인 유지, 이건 검증되지 않은 거다. 왜냐. 세계적 추세는 보수다. 이 정권이 남북관계로 숨통을 트고 있지만, 북한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불확실성이 강하다. 국민 70%가 지지하니까 뭘 갈아치우겠다 이렇게 하는 건, 내가 알고 있는 한 사회적 진실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도 아니다. 위험하다.

△양 교수 = 보수 궤멸, 20년 장기 집권. 이건 본인들이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상당히 성숙한 차원의 민주주의 의식을 갖고 있고 어떤 집단에도 절대적 권력을 안 줬다. 선거제도가 그래서 그렇지 지방선거 민주당 지지율은 50%였다. 국민이 그렇게밖에 표를 안 줬다. 그런데 20년 집권하겠다는 정당을 찍어주겠나. 우리 국민이 군신(君臣)적이고 신민(臣民)적인 정치문화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권력에 대한 동경심도 많이 있지만, 저항도 굉장히 강한 민족이다. 참 절묘한 게 우리 국민이 그 중심을 잡는다. 진보 정권은 뭘 해야 하느냐 하면 주류교체를 해서 할 게 아니라 성과를 내라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한다.

△허 선임 =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평한다면.

△양 교수 = 정부 주도를 넘어 국가 주도, 청와대 주도다. 대통령이 모든 걸 다하고 있다. 해외출장 중에 기무사 수사 지시를 직접 내리질 않았나. 정부에서 장관이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데 자기들이 다 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무너뜨리고 자기들이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누리고 있다. 이러다간 본인이 ‘주류 배척’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한 교수 = 문 대통령이 ‘감성정치’를 하면서 그럴듯해 보이고 좋은 거는 본인의 업적으로 다 가져가는데, 그런 행동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없다. 좋은 건 가져가고 책임은 약한 것, 이게 지금 큰 문제다.

△허 선임 = 토론을 끝내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양 교수 = 주류세력 교체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정책적 성과를 내고 그것으로 사회를 통합하는 거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좋아져도 남·남 갈등이 커지면 소용없다. 그땐 씻지 못할 상처를 받고 영원히 통합은 안 된다.

△한 교수 = 적폐청산 없는 통합은 때로는 공허하게 끝날 위험성도 있다. 그러나 권력이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정치권력은 사회권력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정리=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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