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문희상 의장과 ‘개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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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중국 허난(河南)성 카이펑(開封)에는 청백리이자 판관인 포청천이 썼다는 형벌기구인 작두가 그대로 남아 있다. 끔찍하긴 하지만 평민을 처벌할 때는 개작두, 귀족에겐 범작두, 왕족에겐 용작두를 썼다고 한다. 공생명(公生明), 즉 공정함이 밝음을 낳는다는 문구가 시청사에 쓰여 있다. 1990년대 중반 국내에 인기리에 방영된 대만 TV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서 포청천이 판결을 끝내고 처벌을 위해 “개작두를 대령하라”고 호통치던 장면이 인상적이다.

조순 전 서울시장도 눈썹 모양 등이 포청천과 닮았다는 것을 이미지화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호감을 얻었다.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에 취임한 문희상 의원은 얼굴 생김새가 포청천을 닮았다고 해서 같은 별명을 얻었다. 2014년 7·30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를 당하자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문 의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강경파들이 계속 지도부를 흔들자 “정당은 규율이 생명이다. 해당(害黨) 행위자는 개작두로 치겠다”고 경고했다. 또 “버릇없는 초·재선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는 으름장을 놨다. 평소에는 다정다감하지만, 화가 나면 단호한 문 의장의 스타일을 아는 초·재선 강경파들은 이후 공세를 상당히 누그러뜨렸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적(敵)이 없고 대표적인 의회주의자인 문 의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전반기가 청와대의 계절이었다면 이제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한다”면서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라고 밝혔다. 특히 국정 운영에 대한 여당의 책임도 강조했다. ‘엽기수석’이라는 별명에 여당 내 대표적인 타협론자인 유인태 전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으로 문 의장과 함께 국회를 이끌어 감에 따라 협치 국회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 사람 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고, 정치 멘토 역할을 한 만큼 문 대통령에게 이런저런 직언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 의장의 말처럼 국회의 계절이 돌아오려면 우선 일하는 국회부터 만들어야 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전반기 소속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은 것 등을 보면 각당 지도부나 중진들의 솔선수범이 우선이다. 지금 무기력·무능한 국회를 보면 국회 본회의장 앞에다 개작두라도 갖다 놓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