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최저임금 과속이 ‘정책 文盲’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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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바른사회 공동대표

2019년 최저임금이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통과했다.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정해졌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불만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원죄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로드맵을 짠 것이다. 임금은 주는 쪽과 받는 쪽의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 로드맵이 정당화되려면 임금이 생산성에 못 미치는, 즉 ‘사용자 측이 근로자의 임금을 착취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제시됐어야 한다. 2017년, 최저임금을 16.4% 올릴 때 그 같은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만약 사측의 임금 착취가 실재했다면 임금 인상은 오히려 경제를 순항시켰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는 반증이 3조 원의 ‘일자리안정자금 편성’이다.

2017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2018년 2월 이후 6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대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일각에선 최저임금이 올 1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2017년 7월에 예고됐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혹독하게 겪고서도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2자리로 올린 것은 정책 문맹(文盲) 그 자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인상하고 숨을 골랐어야 했다. 비정상적인 최저임금 인상 강행의 뿌리는 ‘최저임금 1만 원 로드맵’이다. 국민총생산과 가격은 내생변수로, 결코 정책변수가 될 수 없다. 노동의 가격인 임금을 3년 내리 정책변수로 삼겠다고 했다면 ‘경제지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 1만 원이 정책 로망이라면 긴급명령을 내려서라도 2019년부터 시행해 보라.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저임금은 규제다. 시간당 1만 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지 못하는 비숙련·저학력 근로자의 진입 자체가 봉쇄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숙련 근로자는 취업 경력을 쌓을 수 없게 되고 사회적 신분 상승의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다.

비숙련, 저학력, 고령인구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고 기존 취업자가 실직하게 된다면 이들이 주로 속하게 될 ‘소득분위 하위 10%’의 소득은 더 낮아지고 소득 분배는 나빠진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소득 양극화를 부추긴다. 통상 정규직의 1호봉은 최저임금에 맞춰진다. 기본급을 기준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수당이 부가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1호봉이 오르면, 정규직과 대기업의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의 또 다른 인식 오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저소득층에 속한다는 보장은 없다. 알바를 하는 대학생과 주부가 저소득층은 아니다. 빈곤 문제는 최저임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최저임금 논의가 정상화하려면 이해관계자는 더욱더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최저임금 인상률 저하를 문제 삼고 있다. 산입범위 조정은 임금 체계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최저임금 인상 로드맵을 폐기하고, 친노(親勞) 본색을 드러낸 공익위원은 국회가 추천해야 한다. 정책이 특정 계층의 이익을 충족시키는 수단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