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극물 공격에 러시아군 개입 추정

해당 군 기관은 미국 대선에도 개입 의혹

영국 수사 당국이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독극물 공격 사건에 대해 미국 대통령선거 개입 용의 선상에 놓인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의 소행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영국과 미국 수사 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영국 측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아에 대한 공격이 GRU가 그의 자택으로 파견한 전직 또는 현직 요원에 의해 시행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영국 수사 당국은 독극물 공격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을 거의 찾아내는 단계까지 접근했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들 외에 추가 공범이나 다른 기관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리팔 부녀는 지난 3월 4일 영국 남부 솔즈베리 인근에서 독극물인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노비촉은 구소련에서 개발한 신경작용제로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형인 김정남 암살 때 동원됐던 독극물 VX보다 효력이 강하다. 프라하 국제관계연구소의 러시아정보국 전문가 마크 갈로티는 “영국은 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으며 사건 발생 후 수많은 CCTV 등을 확인해 이들을 식별해 냈을 것”이라며 “최소한 연루자의 흐릿한 CCTV 영상 정도는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배신자를 처단하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꼽힌다. 스크리팔은 15년간 GRU 소속이었지만 영국 정보기관 MI6의 주요 정보원으로 활약했고 러시아 정보 네트워크가 파괴되는 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러시아는 이 사건에 전혀 연루되지 않았다”며 GRU 개입설을 일축했다. 한편 GRU는 미국에서도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해 관련 자료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지난 13일 해킹 및 자금 세탁 등의 혐의로 GRU 소속 12명을 기소했다. 다만 이 같은 수사나 무더기 기소가 GRU의 활동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