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비대위원장, 新黨 창당 각오로 보수정당 재건 나서라

온갖 추태와 우여곡절 끝에 자유한국당이 17일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확정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과 함께 지도부를 구성할 비대위원들을 선임해 오는 24일 공식 추인을 받으면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정의당에도 밀릴 정도로 한국당은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을 역임한 김 위원장 ‘영입’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정치적 반대 편에 서 있었고, 진보 정권의 정책 책임자로서 합리적 목소리를 내면서 중심을 잡았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보수 개혁’의 적임자이다. 다만,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전무해 이미 난장판이 된 당 내부를 추스를 정치력을 발휘할지 걱정이지만, 역으로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 앞에는 험난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비대위라는 원천적 한계에다 국회의원 선거도 2년 가까이 남아 있어 ‘공천’이라는 무기도 쓸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당내 저항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개인적 권력욕을 앞세우지도 말고 오직 궤멸된 보수 정당을 재건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 매진한다면 국민이 진정성을 인정하게 된다. 기본 원칙은 원점에서 신당(新黨)을 새롭게 만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다. 첫 단추는 파격적인 인적 쇄신이다. 현재의 한국당 의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내부의 여전한 패거리 행태를 볼 때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서 욕을 많이 먹을수록 국민으로부터 박수는 많이 받을 수 있다.

창당 수순은 이미 나와 있다. 보수 이념에 동조하는 유능한 발기인들을 모으고, 강령을 시대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재조정하고, 현 정권을 합리적으로 비판하면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현 정권의 지지율은 높지만 벌써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야당 입장에서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