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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8일(水)
‘모든 남성은 적!’… 엽기적 행각 심각해지는 ‘워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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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마드에는 하루 300여 건의 남성혐오 게시물이 게재된다. 왼쪽부터 “성당을 불태우겠다”며 기름통에 휘발유를 담는 사진, 버스에서 남성 탑승객 목에 흉기를 겨냥한 사진, 안중근 의사를 희화화한 사진, 성체(聖體)에 불을 지른 사진. 워마드 캡처

메갈리아서 분화·독립…‘모든 남성은 敵’ 원리 삼아
낙태인증·聖體훼손 ·성당 방화 예고 등 근본주의化

“女만 챙긴다·도덕 버려 !”강조
회원 되려면 철저한 사상검증
‘한국남자는 범죄자’ 받아쓰고
관리자 원하는 답해야 가입돼

男연예인 사망 사건 조롱하고
잠든 親父에 흉기 들이민 사진
서버 해외에 있어 수사 어려워
“온건 페미니즘 운동에도 찬물”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의 잇단 엽기적 행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갈수록 ‘근본주의’(Fundamentalism) 성향을 보이며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모든 남성은 적’이라는 원리를 기본으로 삼고 목적을 위한 어떤 수단도 정당화하는 식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IS(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 10일부터 18일 현재까지 워마드가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최근 사건은 낙태죄 폐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실과 공갈성 협박이 뒤섞인 채로 ‘성체 훼손’ ‘성당 방화’ ‘낙태인증 릴레이’ 사건(문화일보 7월 11일자 12면·17일자 11면 참조)이 연이어 터졌다. 일반인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수위다. 이들은 누구이며 왜, 무엇을 위해 파괴적 활동을 벌이고 있는 걸까.


◇‘여혐’에 미러링으로 탄생한 워마드 =워마드는 여자(woman)와 유목민(nomad)의 합성어다. 여성우월주의와 남성혐오 사이트를 표방하고 있다. 워마드는 회원들에게 “이곳은 여성운동 단체가 아니다. 여자만 챙긴다. 도덕은 버려라”고 강조한다. 남성이라면 누구든지 혐오 대상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워마드에 가입하기 위해선 철저하게 사상검증을 거쳐야 한다. ‘한국 남자는 범죄자’라는 단어를 똑같이 받아쓰게 한다.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범죄’인지를 묻는 등의 질문에 관리자가 원하는 대답을 해야만 회원이 될 수 있다.

워마드의 탄생은 201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 세계를 휩쓸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관련해 “홍콩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은 한국 여성 2명이 격리를 거부하고 있다”는 잘못된 기사가 화근이 됐다. 의사 불소통으로 생긴 오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에서 활동하는 남성 네티즌을 중심으로 ‘김치녀’ 등의 여성비하 발언이 쏟아졌다. 이에 반발한 여성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 ‘메르스 갤러리’를 만들었고 “된장남”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반격했다. 메르스 갤러리는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에서 분리해 ‘메갈리아’라는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메갈리아는 ‘메르스’와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소설로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이 180도 바뀐 가상의 국가인 이갈리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미러링’(거울반사 방식의 뒤집기)이 이들의 주된 행동방식으로 채택된 맥락이다. 이후 메갈리아는 성차별적인 광고, 잡지,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비판하고 몰래카메라로 피해를 본 여성들을 위해 모금을 진행하는 등 다소 과격하지만 여성인권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메갈리아는 2015년 12월 성소수자 인권 문제로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었다. 일부 메갈리아 회원이 게이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사진과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게이 아웃팅(성소수자임을 강제로 폭로하는 행위)을 진행한 게 문제가 됐다. 메갈리아 운영진은 “성소수자를 비하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의 행위를 제한했지만, 이에 반발한 회원들은 메갈리아를 탈퇴해 포털사이트 다음에 ‘워마드’ 카페를 개설했고 2017년 2월 독립된 사이트를 구축했다.

◇의도적 노이즈 마케팅 = 지난 10일 벌어진 성체(聖體) 훼손 사건은 워마드 논쟁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 예수를 모독하는 낙서를 한 성체를 불로 태운 인증사진이 워마드에 게재됐다. 글을 올린 워마드 회원은 “예수 ××× 불태웠다”는 제목과 함께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는 절대 안 된다며 여성인권 정책마다 반발하는데 천주교를 존중해줘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주장했다. 성체는 가톨릭 미사 의식에 사용되는 빵으로 교인들에겐 예수의 몸을 의미하는 만큼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번 사건이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심각한 모독행위”라며 바티칸 교황청에 보고하기로 했다. 가톨릭 신도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의사 표현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방식이 지나치게 폭력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음 날 워마드에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성당을 불태우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7월 15일 ㅂㅅ시 ㄱㅈ성당에 불 지른다’는 제목과 함께 작성자는 기름통에 휘발유를 담는 사진을 올리며 “임신중절이 합법화될 때까지 매주 일요일에 성당 하나를 불태우겠다”고 적었다.

이어 벌어진 낙태인증 논란은 워마드를 향한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13일 ‘낙태인증’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엔 난도질당한 남자 태아가 훼손된 상태로 수술용 가위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이 담겼다. 게시자는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중략)…깔깔”이라고 적었다. 댓글에는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문장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훼손된 태아를 음식에 빗대기도 했다. 워마드 회원들은 이후에도 훼손된 태아의 사진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모든 남성은 워마드의 적 = 워마드가 적으로 규정한 모든 남성에는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잠든 친아버지에게 흉기를 들이민 인증사진과 함께 “죽이고 싶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참전용사와 독립운동가에 대한 조롱도 서슴지 않는다. 6·25전쟁을 “대한민국 최대 고기파티”라고 표현했고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 사진을 희화화하기도 했다. 시민단체가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남자 연예인은 워마드의 단골 조롱 대상이다. 대표적으로 영화배우 김주혁, 가수 종현 등 세상을 떠난 연예인에 대한 희화화는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김주혁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자 워마드 회원들은 ‘물리역학의 요정’ ‘주혁하다’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고인을 조롱했다. 이는 성재기 전 남성연대 대표가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 퍼포먼스를 벌이다 사망하자 ‘물의 요정’ ‘재기하다’ 등의 단어로 죽음을 희화화한 것과 비슷하다. 또 종현의 자살 소식엔 “유서가 노래 가사인 줄 알았다”는 등의 글을 올려 빈축을 샀다.

일반인들에 대한 범죄도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워마드 회원 A(여·27) 씨는 아동학대 자료 소지 및 작성 혐의로 호주에서 구속됐다. A 씨는 워마드에 ‘호주 소년에게 수면제를 탄 주스를 먹인 뒤 가족 몰래 성폭행했다’는 글과 함께 동영상 캡처 사진을 올린 혐의를 받았다. 워마드에선 A 씨를 구명하기 위한 모금활동도 진행됐다. 지난 14일엔 버스에서 남성 탑승객의 목과 허리에 흉기를 겨냥하고 촬영한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문제는 워마드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이러한 일탈이 일어날 때마다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는 점이다. 지난 5월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자 누드모델 사진을 찍어 워마드를 통해 유출했던 안모(여·25) 씨가 구속됐지만, 이후에도 워마드에는 피해자의 나체사진이 버젓이 게재되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과 홍익대 누드모델의 나체를 합성한 사진도 다수 올라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6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문 대통령 합성사진 건을 조사할 방침이다. 회원들은 “워마드 서버는 해외에 있다. 우리는 잡히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사진을 계속 올릴 것을 독려했다.

◇페미니즘이냐, 아니냐 논란도 = 전문가들은 워마드의 이런 행동들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 페미니즘운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대 누드모델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편파 수사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근절을 호소하며 시작된 ‘혜화역 시위’도 워마드의 일탈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워마드 회원들은 “우리는 페미니즘 사이트가 아니라 남자를 혐오하는 곳”이라며 “워마드는 혜화역 시위, 페미니즘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일부 페미니즘 단체에서도 워마드와 선을 긋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워마드는 페미니즘 같은 사회운동 조직이라기보다는 남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느슨한 집합체로 봐야 한다”며 “극단적인 행동들은 결코 대중의 지지를 받기 어렵고, 기존의 건전한 페미니즘운동까지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워마드는 페미니즘에서 가장 강경한 노선에 서 있는 집단”이라고 평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페미니즘운동의 정당성을 워마드의 과격한 행동이 깎아내리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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