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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8일(水)
누구도 이기지못할 美·中 무역전쟁… 결국 패자는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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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20) 균열하는 자유무역

美 관세폭탄에 中 보복관세
EU와도 충돌 무역전쟁 확전

‘트럼프의 도발’ 단기적 우세
장기전땐 미국에 부메랑될듯

對美수출 규모 훨씬 큰 중국
전쟁서 승리하기 어려운 구조

무역전쟁은 성장에 중대 장애
국제 공조체제 무너져 더 위험


#1. “우리는 이미 중국과 무역전쟁 중이다. 문제는 우리가 싸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휴전협상을 원하고 있다.” 백악관 무역보좌관 피터 나바로가 현 상황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인식을 제대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이달 초 미국 정부가 340억 달러의 수입품목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정부도 다음 날 미국의 농산물, 에너지, 자동차 등 수입품에 관세보복으로 대응했다. 지난 4월 금융, 서비스업, 자동차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조치를 완화하겠다는 공약과 6월 미국으로부터 700억 달러의 농산물과 에너지를 수입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제의를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했다. 미국은 당초 공언한 대로 대중 상품수지적자 15%에 해당하는 500억 달러의 수입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 수입품목은 항공우주, 정보기술(IT), 로봇, 신소재 등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하고 있다(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16회 참조). 미국은 중국에 대해 시장 개방, 수입 증대, 전략산업에 대한 보호 중단, 미국기술 도용을 방지하는 제도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비재 수입품목 2000억 달러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고 또다시 중국이 보복한다면 추가로 2000억 달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모두 실현될 경우 관세부과대상은 4500억 달러가 되며 작년 중국 대미 수출의 90%에 가까운 규모다.

무역분쟁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달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미국에 대해 유럽연합(EU)은 수입품목 32억 달러에 25% 보복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추가로 43억 달러의 수입품목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도 각각 130억 달러와 30억 달러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2. 확산일로에 들어선 무역전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성토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 기고가 폴 크루그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해 비난하고 있으나 정작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치 않으며 결국 교역국들로서는 보복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혹평했다.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위한 전쟁을 하는 셈이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부수려는 것들은 모두 2차대전 후 미국의 리더십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개탄했다.

크루그먼은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며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트위트한 트럼프 대통령을 대공황이 시작되었음에도 ‘번영이 코앞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에 비유했다. 특히 그는 전략적 부재가 미국이 지는 게임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간재에 대한 관세 부과는 최종재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수입철강에 대한 관세는 국내 철강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는 대신 철강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자동차 생산비용을 높이고 자동차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6월 시행된 미국의 관세부과 리스트의 95%가 중간재와 자본재인 데 비해 중국의 경우 35%에 불과한 것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최적관세이론에 따르면 대국이 수입을 제한할 때 교역상대국에 대해 유리한 교역조건을 이끌어 내 교역량 감소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교역상대국도 마찬가지로 EU, 중국과 같은 대국이라면 수입을 제한할 때 단지 교역량만 줄어들게 된다. 크루그먼은 비록 교역량 감소에 따른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정도에 불과하나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실로 지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파급효과를 ‘차이나 효과’―중국수출의 급신장이 광범위한 고용의 질적 악화를 초래했다는 연구보고서(http://chinashock.info/)의 제목에서 따온 것인데―에 빗대어 ‘트럼프 효과’라는 조어로 표현했다.



#3. 나바로는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중국이 잃어버릴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작년 미국의 대중 상품수출은 1300억 달러이나 중국의 대미 상품수출은 5050억 달러로 3760억 달러 가까운 무역흑자를 내는 중국으로서는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나바로의 발언은 적자국 미국이 마지막 칼자루를 쥘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한편 트럼프 효과를 고려할 때 무역전쟁이 종료되지 않는 한 중국의 패배가 곧 미국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패배를 인정할 때 비로소 이 전쟁은 끝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의 의지를 천명한 것은 무역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며 미국의 전쟁 수행능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한다. ‘양호한 미국 경제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무역공세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게 하는 용기를 주었다’고 보도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는 이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보여준다. 2분기 GDP 성장률은 연이율 4%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완전고용 GDP를 초과하는 총수요인) 인플레이션 갭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외식산업이 엄청난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구인난으로 주문앱, 로봇셰프 등 자동화를 도입하는 것이 미국 경제의 현주소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확장이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정지출의 증가와 감세정책에 따른 재정적자확대는 더 큰 물가상승 압력과 인플레이션 갭을 초래하고 경기순환의 속성상 현재의 확장세는 더 큰 경기 위축을 동반한다. 최근 제기되는 2020년 불황 가능성이 그것이다. 얼마 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만기수익률 곡선의 역전, 즉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바로 앞으로 닥칠 불황의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갭이 높아질 때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선제적 대응에 나서게 된다. 올해 금리인상 전망이 4회로 늘어난 것은 경기변동성을 줄이고자 하는 Fed의 노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래프>는 Fed, 의회예산국(CBO), 백악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을 보여주는 데 백악관을 제외하면 세 기관 모두 내년부터 성장률은 하향세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무역전쟁이 길어질 때 미국도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IMF는 미 정부의 재정적자확대가 이미 지속불가능해진 공공부채의 상승추세를 더욱 악화할 뿐 아니라 글로벌 불균형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의 진단에 따르면 미국의 대외수지적자는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무역전쟁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4. 중국 경제는 2015년 외환불안과 2016년 주가폭락 후 안정적 모습을 찾고 있다. 부채는 현재 당면한 최대 도전이지만 GDP 대비 비금융기업의 부채비율이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부채지표는 수출과 부(-)의 관계, 즉 수출성장이 강하면 줄고 약하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이 추세는 부채관리가 대외여건에 의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부채―수출의 상관관계는 중국 정부가 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부채비율이 하락한 것은 글로벌경제의 성장랠리로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7년 말부터 긴축신용정책의 시행으로 중국 기업의 부도가 크게 증가했으며 국내에도 그 파장이 미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와 시작된 미국과의 통상마찰로 경제정책 기조가 안정에서 성장으로 바뀜에 따라 금융정책도 금융안정과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로 그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지난 4월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지준율 인하는 금융시장기능이 활성화됨에 따라 은행이 그림자금융으로부터 자금조달비용이 증가한 데 그 배경이 있다. 이 조치로 은행권은 780억 달러의 신용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경제의 위험도 그만큼 더 커지게 된 것이다.



▲  김경수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
#5. ‘도널드 트럼프를 곤경에 빠뜨리고 싶나요? 땅콩버터를 보이콧하세요.’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 기사의 제목이다. 지난 대선에서 땅콩버터를 생산하는 10개 주 가운데 8개 주가 트럼프를 지지했던 사실을 무역전쟁과 연결한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교역상대국들이 실제 행동에 들어갈 때 11월 중간선거에 공화당 소속 3인의 상원의원이 민주당 출신으로 교체될 수 있으며 이때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 실제로 EU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부과에 대한 보복으로 모터사이클, 버번위스키 그리고 땅콩버터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의 보복관세 품목인 대두, 옥수수 등 농산물과 자동차도 공화당과 트럼프 지지층이 많은 팜벨트와 러스트벨트에서 생산된다.

이제 무역전쟁은 소비자들이 실감할 정도로 확대됐다.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40% 관세를 부과하자 작년 중국에 1만7000대를 수출했던 테슬라는 현지 판매가격을 20% 인상했다. 미국 언론은 수산물에서 가구와 자동차에 이르는 소비재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부과가 미칠 파장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중국은 예상대로 수동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미국을 WTO에 제소한 것은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손실이 더 크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기업에 했던 것과 달리 중국은 당초 약속한 각종 개혁조치를 유럽과 일본기업이 혜택을 보게 하는 우회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최근 독일의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미국기업을 제치고 단독으로 100억 달러의 생산공장을 세우는 것을 허가받았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분쟁해결을 위한 대화창구를 열어두고 있으나 이 전쟁이 어떻게 막을 내릴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지난주 미국이 확전을 천명하자 위안화는 3년 만에 대폭락했다. 무역전쟁의 관점에서 볼 때 환율 절하는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고 수출품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지난 16일 IMF는 선진국의 경기 확장세가 피크에 달했고 글로벌경제의 성장랠리는 약화됐으며 통상분쟁에 따른 하방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는 요지의 수정전망을 발표했다. 무역전쟁은 당장 그 피해가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르나 계속된다면 성장에 중대한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다. 더 이상 주요 20개국(G20)과 같은 국제공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은 글로벌 경제가 당면한 또 다른 위험이다. (문화일보 6월 27일 자 28면 19 회 참조)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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