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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8일(水)
미·중 충돌, ‘투키디데스 함정’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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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美 우선주의 맞서 中國夢 추구
패권 전면전 확대 가능성 작아
한국은 經濟펀더멘털 강화할 때


고대 그리스 문명 쇠퇴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펠로폰네소스전쟁. 군인이자 역사학자인 투키디데스는 신흥강국 아테네의 부상과 이를 견제하려는 패권국 스파르타의 갈등에서 이 전쟁이 시작됐다고 서술했다. 이후 국제관계이론에서 신흥국과 패권국 간의 긴장 관계를 설명할 때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표현이 쓰이게 됐는데,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도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이 시각으로 미·중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15세기 말 포르투갈과 스페인 간의 충돌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6번의 패권국-신흥국 간 갈등이 있었고, 그중 4번을 제외하곤 모두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새로운 세력이 지배 세력을 대체할 정도로 위협적일 경우에 그에 따른 구조적 압박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는 현상은 법칙에 가깝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미·중 양국의 수장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와 ‘중국몽(夢)’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므로 양국 간 전쟁 가능성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중 간의 통상 마찰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투키디데스의 함정론’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34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 폭탄을 부과했던 미국이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0일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즉각 11일 상무부 발표를 통해 ‘보복할 수밖에 없다’며 맞대응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미국의 보호무역 패권주의가 세계 경제를 어둡게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연 세계는 또다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좀 더 냉철하게 사실에 입각해 현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무역흑자를 줄이고 방위비 분담금을 더 늘리라는 주문을 했고, 당선 이후 압박의 강도를 더해왔다. 또, 우방이자 이웃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폭탄 관세를 부과했다. 전통적인 동맹국인 영국을 비롯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선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고 독일 등 유럽연합(EU)에도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부상과 도전에 제동을 걸려는 것이라면 현 체제를 흔들며 동맹국들을 압박하기보다는 대중 견제에 그들의 동참을 요청했을 것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고 미국 내 지식인이나 기업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TC) 의장인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보호무역주의자들이 주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의 통상 마찰은 특정 이념이나 원칙에 기인한다기보다는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스타일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즉, 중국이라는 신흥강국을 견제하고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겠다는 그랜드 비전이 있기보다는 대외 관계조차도 거래적(transactional)으로 보는 비교적 단순한 논리, 즉 미국이 비싼 돈을 내고 일본과 한국의 방위를 책임지는 것이나 중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내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며 우방이든 이웃이든 적이든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관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하는 이유로 경비를 거론한 것에 대해 한국인들은 의아해했지만, 트럼프식 사고방식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미·중 관계가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작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당분간 통상 마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겠지만 결국은 타협점을 찾을 것이며, 무역분쟁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이 흔들리긴커녕 지난 12일 나스닥이 사상 최고 지수를 기록한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기업 이윤이나 고용지표 등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지렛대 삼아 그동안 미국에 불리하다고 느꼈던 사안들에 대해 동맹국이든 경쟁국이든 상관없이 벼랑 끝 전술도 불사하며 판을 흔들고 있다.

무역 비중이 큰 한국으로서는 트럼프식 통상 마찰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중 전면전으로 확대해석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과 스타일을 감안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경제 펀더멘털을 재점검하면서 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주식 하락장에서도 이윤을 내는 사람이 있듯이 기본이 단단하면 위기도 기회가 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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