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김병준 비대위 제1과제는 인적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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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우리나라 보수는 크게 두 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시장경제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것은 전 세계 보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성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인데,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며 한반도의 평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진보·보수 모두에 중요한 문제지만, 정통 보수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 곧 잠재적으로도 무력 사용의 가능성이 없는 평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북한을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선출됐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김 교수는 ‘노무현의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과연 정통 보수의 본류로 한국당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의 언급을 보면 이런 걱정은 일단 접어둬도 될 듯싶다. 김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자유시장주의자, 시장자본주의자라고 밝히면서 ‘노무현 우파’에 속했던 사람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일단 이 부분을 놓고 보면, 김 교수는 지금의 한국당을 정통 보수의 핵심으로 다시 일어서게 하는 데 적임자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보수처럼 산업화 논리만을 내세우지 않고, 시장경제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지지층의 확장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현재로썬 명확히 알기 힘들다. 하지만 그의 칼럼으로 판단하건대, 김 교수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의 한국당 일각보다는 ‘중립적’인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을 현실에 근거해 바라보는 입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과거의 한국당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대북 접근이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이제부터는 정치공학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먼저, 김 교수는 관료 경험은 있지만, 정당 경험 또는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없다. 그뿐 아니라, 한국당 내에 뿌리도 없다. 이런 면이 장점으로 작용할 경우, 눈치 보지 않고 한국당의 체질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측면이 잘못되면, 당내에서 ‘김병준 흔들기’가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얼굴마담 역할에 그칠 수도 있다. 지금으로썬, 어떤 방향으로 혁신이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이 욕심을 버리고 당 살리기에만 집중한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김 교수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일단은, 한국당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의원 개개인이 튀는 행동을 못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인적 쇄신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당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정도의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조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외에도 계파 해체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재 한국당의 계파들은 무한투쟁을 하는 나머지 당을 망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 해체 수준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김 교수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선거는 한참 뒤라 공천권을 무기로 할 수도 없고, 당의 뿌리도 없을 뿐 아니라, 아직 비대위원장의 권한에 대한 당내 합의도 안 된 상황 아닌가. 하지만 사욕이 없을 때는 보수층 여론이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여론의 지지가 가장 강한 무기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