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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9일(木)
歌王 장수의 비결은 낄끼빠빠… 돈보다 삶 노래하는 아티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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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필은 어떻게 조용필이 되었나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드라마는 아니고, 노인들이 나오지만 노인 대상 프로그램이 아니다. 여행을 다니는데 딱히 관광 프로그램도 아니다. tvN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든 소박한 의문이다. 그렇다면. 그래, 저건 인생프로그램이다.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즈넉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음악동네에도 ‘꽃보다 할배’가 여러분 계신다. 만약 최희준, 남진, 나훈아, 조용필(사진) 이렇게 네 분이 여행 다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어떨까. 그 기획자는 이런 평가를 받을 것이다. 상상력은 풍부한데 창의력이 미흡하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상상 구역이지만 비행기를 만드는 건 창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강남역 인근 건물 외벽에 이런 광고가 걸렸다. “조용필! 음악은 그의 삶이었고 그의 음악은 우리의 삶이 되었다. 당신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번화가에 광고를 게시하려면 제작비가 들 텐데 이 돈은 누가 냈을까. 놀랍게도 그들이 섬기는(?) ‘가왕’의 음악 50주년을 맞아 응원단(팬클럽연합)이 합심해 추진한 이벤트였다. 초심, 진심, 열심 모두 중요하지만 끝판왕은 역시 합심이다.

조용필은 어떻게 조용필이 되었나. 장수의 비밀을 밝히는 데는 분석의 예리함보다 해석의 유리함이 수월하지 싶다. 일단 ‘낄끼빠빠’를 잘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졌다는 거다. 노래는 자주 나와도 당사자는 ‘가요무대’나 ‘열린음악회’에 좀체 등장하지 않는다. 7080세대의 우상인데 ‘콘서트 7080’에는 정작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고 ‘드러나지’ 않는 건 아니다. 진짜 스타는 숨어 있어도 빛을 발한다. 그는 아이돌의 언덕을 넘어 은하계로 순항한 지 오래다.

“저 사실 50주년은 처음이거든요.” 50주년 간담회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기자가 묻는다. “조용필에게 방탄소년단이나 빅뱅, 엑소는 어떤 존재인가.” 조용필은 고수였다. “지금 현재 유명하면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뭔가 있기에 많은 이가 좋아하고 열광하는 것이다.” 그들과 경쟁하지 않게 일찍 태어난 게 다행이라는 뉘앙스로 기지를 발휘했다. 실은 빨리 태어난 게 잘한 게 아니라 오래 사랑받은 게 잘한 것이다.

▲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노래채집가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은하계에서 별똥별로 추락하지 않고 한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있으려면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개성과 품성, 근성과 정성이다. 자기 색깔이 없고 인성이 별 볼 일없는데 어찌 오래 사랑받겠는가. 열정과 성실성이 부족한데 어떤 응원단이 몇 십 년을 기다리며 버텨주겠는가.

‘바람소리 처럼 멀리 사라져 간 인생길/우린 무슨 사랑 어떤 사랑했나’(7집 ‘어제오늘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노래하는 가수를 팬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의리도 조금은 있겠지만 순리가 더 그들을 움직인다. 어느 시점부턴가 그는 생계형 가수로 살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계산은 필요하지만 팬들에게 계산적으로 비치지 않았다. 그의 원대한 계획은 어제도 오늘도 삶을 노래하는 아티스트였다.

지금부턴 증언이자 목격담이다. 35주년 콘서트에 기획단으로 참여하면서 그를 다시 ‘발견’했다. 내가 작사하고 그가 작곡한 ‘도시의 오페라’를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왜 조용필인가’를 확증하게 됐다. 그리고 반성했다. 천하의 조용필도 이렇게 집중, 몰입하며 연습, 또 연습하는데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면서 전문가 행세를 한다는 게 가소롭게 느껴졌다. 그에게 쉬는 건 쉬는 게 아니었다. 더 나은 무대에 서기 위해, 더 나은 가수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시대마다 우상이 있고 마을마다 우상이 있다. 음악동네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우상은 시한부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우상으로 대체된다. 음악동네의 지형을 살펴보자. 숲도 있지만 늪도 있다. 유난히 돌부리도 많다. 그는 박물관이나 요양원으로 가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녹음실과 공연장을 오가며 체력과 실력을 키웠다. 그의 50주년 투어 제목이 ‘땡스 투 유(Thanks to you)’다. 음악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기억하는 팬을 귀하게 여겼기에 그 제목은 흐뭇하고 자연스럽다.

서울문화재단 대표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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