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시험대 오른 시진핑 중국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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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미·중 간 무역전쟁이 전면화한 지난 6일 한 중국 경제 소식통의 전언. “무역전쟁 와중에 터진 ‘ZTE 사태’로 관료들과 기업인들이 엄청난 ‘쇼크’를 받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중국 굴지의 통신장비업체인 ZTE가 미국의 제재 한 방에 문 닫을 지경에 이른 것을 보고 중국의 토대가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자각을 했다는 거지요. 중국은 바로 미국을 따라잡을 것처럼 자신감이 넘쳤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지요.”

ZTE는 이란에 미국 기술을 불법 공급한 것이 적발돼 7년간 거래 정지 제재를 받으면서 인텔 등으로부터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자 휘청거렸다. 이번 ZTE 사태를 보면 중국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반도체 등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기술 격차도 상당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로 대표되는 중국의 ‘기술 굴기(崛起)’에 대한 미국의 억제 정책임을 확인시켜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근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4일 상하이(上海)의 한 20대 여성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을 선전하는 간판의 시 주석 얼굴에 먹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여성은 “독재와 폭정에 반대한다”고 외쳤고, 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오르면서 중국 네티즌들은 시 주석 비판에 동참했다. 한 개인의 돌발적 일탈 행위로 치부될 수 있지만 팽배해진 시 주석 ‘개인숭배’ 분위기와 얽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 후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1면에 시 주석 이름과 사진이 사라지고 있다. 시 주석의 사진과 초상화, 포스터를 즉각 철거하라고 경찰이 통고했다는 문건이 인터넷에 퍼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19차 공산당 대회를 계기로 ‘1인 체제’를 더욱 강화한 시 주석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 구호 속에 미국과 벌인 전면전 여파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자 책임론 차단을 위해 ‘톤다운’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가면 2등 국가인 중국이 1등인 미국보다 더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략적 후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개혁·개방 정책의 성공을 위해 최대한 대외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실력을 키웠던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 의해 시작됐지만, 사실상 중국이 원인을 제공한 무역전쟁의 확전으로 시진핑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민족주의적 열망을 동원해 공산당 독재를 강화하고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를 짓누르고 있는 시진핑의 중국몽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미국의 국제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2000년 초 출판된 ‘거대한 체스판’에서 “외부세계에 사회를 개방하는 문제를 포함한 중국의 탈(脫)국가적 경제 성장이 지닌 역동성은 상대적으로 폐쇄돼 있어, 관료적으로 경직된 공산당 독재와 병존하기 어렵다”면서 중국은 지역 강국은 될 수 있어도 세계 강국은 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