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지법 부장판사 직위 폐지’ 논의

전국 법관 상대 의견수렴 나서
일부 “판사간 세대갈등” 분석도

법원행정처가 ‘지방법원 부장판사 직위 폐지’ 방안에 대해 전국 법관들을 상대로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법원 조직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방안이 확정될 경우 파장이 클 전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인사제도 전반에 대해 지난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일선 법관들의 의견을 직접 받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승한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은 지난 16일 “법관인사제도와 관련해 현재 행정처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과 그 논의 경과를 말씀드리고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며 전국 법관들에게 이메일 등을 보냈다. 여기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직위폐지 논의 △지방법원 부장판사 직위폐지 논의 △지법 부장의 법원장·수석부장 보임 확대 △1심 단독화, 지법 항소부 및 합의부 대등화 방안 △지방권 근무 법관의 충원 방안 등에 대해 그동안의 행정처 논의 사항을 엮은 자료집을 첨부했다고 한다.

특히 지법 부장의 직위를 폐지하는 부분이 처음 언급됐다. 지법 부장이란 경력 15년차 이상의 중견 판사들이 보임되는 직급을 일컫는다. 이 같은 폐지 논의는 최근 법조일원화 등에 따라 법관들의 연차가 높아지자 ‘부장판사가 너무 많아졌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실제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올해 부장판사가 전체 법관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법 부장판사들이 부장이라는 직함을 단 채 사무분담에서 단독 재판을 맡거나, 영장전담이 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1심 단독화·합의부 대등화 등을 위해 지법 부장 폐지가 거론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1심에서도 합의부의 판단을 받고 싶어 하는 국민의 재판 수요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굳이 지법 부장을 폐지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간 세대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