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병준 위원장 ‘文정부 국가주의 경향’ 비판, 일리 있다

지난 6·13 선거에서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은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구상의 얼개를 밝혔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보수 가치의 정립, 과거 지향적 인적 청산을 지양하고 새로운 기준의 쇄신 등인데,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수정당은 ‘자유’를 넘어 ‘자율’을 지향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 경향을 비판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문 정부가 높은 지지율에 편승해 밀어붙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週) 52시간, 재정 확대 정책 등의 문제점이 경제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정책 멘토이자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위원장은 “연방제에 가까운 분권화를 이야기하는 이 정부에서도 국가주의적 방향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예시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지난해 말 통과됐는데 초·중·고교에서 커피 등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학생들 음료수까지 국가가 통제하는 법안은 노 전 대통령이었다면 거부권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했다. 문 정부가 내각 중심 국정 운영을 말하지만, 최근까지 청와대 비서진 인력을 노 정부 이후 최고인 486명까지 늘리고, 국민청원 사이트를 만들어 민원이 청와대에 집중되도록 했다. 최저임금 문제로 자영업자들이 반발하자 자영업 담당 비서관을 신설하겠다는 식이다. 청와대로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내각은 무력하다. 신임 문희상 국회의장이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여권에서 ‘지지율이 높은데 왜 권력을 나누느냐’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만 나온다.

올바른 방향의 제시보다는 과감한 추진이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 김 위원장에 대한 당내 반발이 만만찮다. 더구나, 선출 당일 경찰과 여당의 견제도 동시에 시작됐다. 프로암 골프행사에 초청 받은 것을 두고 ‘김영란법 위반’ 운운한 경찰은 권력의 주구를 자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권력 실세가 연루된 드루킹 수사를 어떻게 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