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車>勞리스크·관세폭탄·협력사 도산·수입차 추격… 車업계 ‘4대 암초’에 비틀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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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부품사들 적자늪서 허덕
상반기 車생산량 7.3% 감소
수입차 판매량 2만여대 증가
美선 최고25% 관세부과 예고

‘자동차 산업 위기’경고에도
현대차·한국지엠 노조와 갈등

‘4대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현대차 임금협상은 강성 노조 탓에 올해도 난항을 겪고 있고, 한국지엠 사장실은 12일째 비정규직 노조에 점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게다가 국내 시장에서도 수입차가 약진하는 반면, 국산 차는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협력사까지 도산하는 등 자동차 부품사들은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53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 851곳 중 절반가량이 올 1분기(1∼3월)에 이미 적자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2차 부품사 에나인더스트리는 최근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해 결국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이 지난달 말 산업은행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했다.

상반기(1∼6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만474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 감소에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여파까지 겹쳐 2·3차 협력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노조 리스크(위험)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현대차 노사는 19일 20차 임금협상 교섭을 벌였지만, 또다시 결렬됐다. 주간 연속 2교대제 등 쟁점에 대해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조가 산별교섭 이슈를 강하게 제기하면서 틀어졌다. 노조 측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오는 10월 구성하는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에 현대차의 참여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산별교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20일 21차 교섭에서도 타결 전망이 불투명하다.

대내외 시장 여건도 암울하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최고 25%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수출 물량의 무려 69.9%를 미국 시장에 팔았다.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차에 맹추격 당하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량은 14만1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만1957대 늘었다. 반면 국산차 판매량은 75만7023대로 1년 전에 비해 2만2663대 감소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