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문장과 책>“여성성의 神話가 여성을 길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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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의 신화는 화려한 장식을 걸치고 요리, 빨래, 청소, 그리고 아이 낳는 일에 억압되고 길들여진 존재 양식을 모든 여성이 본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부정해야 하는 처지로 만들어버렸다. 다시 말해 여성성을 맹목적인 추구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108쪽)

미국의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심리학자 베티 프리단(1921∼2006)이 1963년에 펴낸 ‘여성성의 신화’(The Feminine Mistique)는 미국에서만 300만 부가 넘게 판매되며, 직장에서의 성차별 폐지와 임신중절에 대한 권리, 여성에 대한 폭력반대운동 등을 펼친 2세대 페미니즘을 촉발시킨 전설적인 책이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도 1978년 ‘여성의 신비’란 제목으로 처음 소개된 뒤 ‘여성성의 신비’로 제목을 바꾸어 두어 차례 출판사를 옮기며 출간됐다가 사실상 절판됐다. 미국에서는 5차례에 걸쳐 개정판을 냈는데, 갈라파고스출판사에서 이번에 번역한 것은 원저 출간 50주년 기념판이다.

기존 번역판 제목의 ‘…신비’가 “여성다움이란 이름으로 여성에게 덧씌워진 역할과 이미지라는 의미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해 ‘…신화’로 수정해 출간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이 책의 문장을 고른 것은 최근 미투(Me Too)운동 등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페미니즘 운동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베티 프리단은 미국의 많은 여성이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그 문제는 당시 남성 중심적인 학계와 매스미디어, 광고, 교육 등이 미국에 만연하게 한 허구의 이미지, 여성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남편을 내조하면서 만족을 느낀다는 통념과 여성의 실제 현실과의 괴리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고 다양한 삶의 기회를 스스로 제한하게 됐다. 프리단은 여성의 역할을 가정 내에만 국한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의 서두에 실린 해제에서 여성학자 정희진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의 모든 지식체계가 자유주의의 자장 안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 이 책을 읽지 않으면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과 사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720쪽, 3만2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