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여의도 통개발’의 걸림돌

언제나 정치인의 공약(公約)은 실행되거나 지켜지지 않거나(空約) 국민의 관심을 유발하고 활용돼 마법 같은 흡입력을 갖습니다. 특히 지역 개발 공약은 해당 지역 토지와 집값뿐만 아니라 전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지요. 하물며 그것이 서울시의 ‘일’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집값이 치솟고 있습니다. 아직 실거래가격 신고가 되지 않았지만, 여의도 D아파트 전용면적 95㎡의 매매가격이 12억 원을 넘겼습니다. 인근 S아파트 74㎡도 11억 원에 팔렸고요. 또 다른 S아파트 135㎡는 지난 1월 15억 원 선이었는데 며칠 전 17억 원에 매매됐습니다. 각종 규제를 뚫고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잇따르고 있지요.

그동안 여의도 아파트값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과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서울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여의도 집값이 갑자기 뛰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서울시의 개발 공약이 배경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시장포럼에서 ‘(여의도를)통으로 개발하겠다’고 한 발언이 보합세였던 여의도 아파트값이 꿈틀거리게 실마리를 제공했지요.

하지만 여의도 집값을 급등시킨 ‘통으로 개발’은 여러 가지 변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종(種) 상향’이지요. 모든 토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계획법 등에 따라 용도 지역을 세분화하는데 주거지역의 경우 1, 2, 3종으로 분류합니다. 이때 1, 2종 일반 주거 지역을 2, 3종으로 높이는 것, 주거지역 3종을 상업지역으로 높이는 것 등을 종 상향이라고 합니다. 종이 올라가면 건축물의 용적률(容積率·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 등이 높아져서 개발이익을 그만큼 많이 누릴 수 있습니다.

여의도가 통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일반주거지역인 아파트단지를 ‘주거에서 상업지역’으로 종 상향해야 합니다. 물론 종 상향만 되면 한마디로 ‘대박’이지요.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주거복합) 등을 신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종 상향은 막대한 개발이익이 수반돼 필연적으로 ‘형평성과 기부채납’ 문제로 연결됩니다. 이 때문에 양천구 목동 아파트단지와 강남구 압구정동 등 서울 상당수 지역은 수면 아래서 종 상향 문제가 부글부글 끓고 있지요. 기부채납 문제도 발목을 잡을 큰 변수입니다. 전임 시장 시절 서울시가 40%에 달하는 기부채납을 요구, 집주인 반발로 무산된 적도 있기 때문이죠. 겨우 열기를 식힌 서울 주택시장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붓는 셈이 된 ‘여의도 통개발’이 형평성과 기부채납이라는 장벽을 극복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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