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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0일(金)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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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되자 형형색색의 무궁화가 전국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전개해 온 무궁화 심기 운동이 결실을 본 것이다. ‘무궁화의 땅’, 곧 ‘근역(槿域)’이라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무궁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해 왔다. 중국의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에 나오는 ‘훈화초(薰花草)’, 신라의 최치원이 당나라에 보낸 국서에 나오는 ‘근화(槿花)’ 등은 당시의 우리 무궁화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아득한 시절부터 우리나라에 ‘무궁화’가 있었고 또 이것이 중국에까지 알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무궁화’는 ‘동국이상국집’(1241)에 ‘無窮’ 또는 ‘無宮’으로 나온다. 적어도 고려 시대에는 ‘무궁화’란 명칭이 있어 이를 ‘無窮花’ 또는 ‘無宮花’로 적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옛 문헌을 검색해 보면 두 한자어 중 ‘無窮花’의 빈도가 훨씬 높다.

옛 문헌에 나오는 ‘無窮花’를 근거로 ‘무궁화’의 어원을 여기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약 100일 동안 꽃이 피고 지기를 계속해 ‘다함이 없게 핀다’는 뜻의 ‘無窮花’라 이름 붙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궁화’라는 말이 먼저 있고 나중에 이를 한자로 적은 것이 ‘無窮花’이므로 이런 설명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무궁화’는 중국어 ‘木槿花(목근화)’를 차용한 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木槿花’에 대한 중국어 근세음은 ‘무긴화’에 가까운데, 이것이 ‘무깅화’를 거쳐 ‘무궁화’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무궁화’로 어형이 크게 변해 중국어 ‘무긴화’와의 관계가 희박해지자, 오랫동안 피고 지는 꽃의 속성을 떠올려 ‘無窮花’라고 엉뚱하게 취음(取音) 표기한 것이다.

‘무궁화’가 중국어에서 온 말이라고 하니 달갑지는 않다. 그러나 언어의 문제를 감정으로 대할 수는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예로부터 민간에서 불러온 이름이 있었을 텐데, 중국어 차용어에 밀려나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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