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0.20 토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0일(金)
軍 통수권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軍 신뢰·사기·지휘체계 외면한
문대통령 기무사 문건 대응방식
적폐청산에 복구 자재 불태운 것

사회 안팎의 안전·안보 보루인
軍·사법부에 대한 신뢰 유지는
대통령 포함한 우리 모두의 몫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없다. 정치가 만들고 분배하는 규칙과 가치의 그물이 워낙 촘촘해 산속에 혼자 사는 ‘자연인’도 빠져나갈 수 없다. 그럼에도 정치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 군(軍)과 사법부다. 군은 외부 공격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고, 사법부는 내부의 갈등과 분쟁을 조정·해결하는 최종 관문이다. 군과 사법부의 생명은 신뢰이고, 신뢰에 치명적인 독은 정치적 편향성이다. 정권 교체에 따라 군과 사법부의 정치적 성향이 다소 바뀔 수 있지만, 진폭이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사회도 위기를 맞게 된다.

군이 최근 국군기무사령부의 ‘위수·계엄령 문건’ 사건으로 정치적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안의 성격상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 방식은 상황 악화에 일조했다. 청와대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기무사 문건을 언급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손을 놓고 있었고, 문 대통령은 뒤늦게 ‘병력동원 계획’이 첨부된 것을 알고 격노해서 해외 순방 중 특별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대통령 참모진의 직무유기나 문 대통령의 월권 논란은 일단 접어두자.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은 개인적 분노를 앞세우기보다 군이 입게 될 타격을 먼저 고려해야 했다. 더구나 사건은 문 정부 이전에 발생했고, 조사 대상자 역시 ‘과거의 군’이다. ‘현재의 군’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사기가 저하되거나, 지휘체계가 흔들리거나,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했다.

우선, 송 장관에게 은밀하게 진상조사를 지시한 뒤 구체적 혐의가 드러나면 송 장관이 직접 수사를 지시하는 수순을 밟도록 하는 게 정도(正道)다. ‘기무사 문건이 수사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송 장관을 신뢰할 수 없다면 장관을 교체한 뒤 신임 국방부 장관이 수사 지시를 하도록 해야 했다. 공식 수사가 시작되면 문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이 과거의 군, 특히 기무사라는 특정 부대에 의해 주도된 사건임을 분명히 하고 현재의 군에 대한 국민의 변함없는 신뢰를 당부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한번 손보려 했는데 잘 걸렸다’고 생각한 듯 군을 몰아붙였다. 이러다 보니 박근혜 정부나 이전 군 수뇌부, 기무사에 대해 비판적인 군 관계자들조차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혼란기에 안보관리를 잘해 촛불 혁명에 나름 기여했는데 군이라면 무조건 적폐세력 취급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 ‘이러다 거북선 납품이나 위화도 회군도 특별수사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문제처럼 ‘태산명동 서일필’로 끝난다면 군 통수권자의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이미 정치 쓰나미에 침몰하고 있다. 원인 제공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이전 사법부 수뇌부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응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 김 대법원장은 문 대통령이 49년 만에 비대법관 출신을 대법원장에 임명한 코드인사의 하이라이트다. 김 대법원장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 ‘대법원 재판 거래 의혹’을 조사했던 특별조사단이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면서 그것을 뒤집었다.

문 대통령의 코드인사로 체제 정비를 먼저 마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 행정처 컴퓨터 파일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직권남용, 공무상 기밀누설, 증거인멸 혐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혐의가 드러날 경우 현직 대법관 소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법부가 쑥대밭이 되고 있다. 물론 재판 거래 혐의가 확인되면 전직 대법원장이든 현직 대법관이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이젠 혐의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사법부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조정할 최종 관문으로서 권위와 신뢰를 유지하기는 어렵게 됐다.

불완전한 독립과 압축성장 과정에서 쌓인 적폐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걸림돌이 되는 측면이 있다. 구부러지고 기울어진 것을 바로 펴고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새 출발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적폐를 청산한다고 재건에 필요한 자원까지 태워버려선 안 된다. 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 유지는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e-mail 박민 기자 / 정치부 / 부국장직대겸 정치부장 박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여성, 특정 손가락에 ‘성적 취향’ 숨겨져 있다”
▶ 중국인 ‘때 밀어주는 사람’ 목욕탕 점령한 이유
▶ 文대통령, 아셈 정상회의 기념 촬영에 빠진 이유는…
▶ 트럼프 화형, 매티스·볼턴 교수형…度넘은 ‘反美시위’
▶ “中, 숨겨진 부채 6500조원… 침몰 위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한반도 비핵화’ 발언자료 삼매경 중 “촬영합니다” 공지서둘러 이동했으나 긴 동선에 엘리베이터 지체까지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아셈 단체사진 촬영 못해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ㄴ 아셈회의, 북에 CVID 요구…유엔 대북제재 완전 이행 다짐
BTS, 유럽의 심장 파리서 한류팬들 심장 ‘완전저격..
“트럼프-김정은 2차 북미정상회담 내년 초에 열릴..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 이스탄불 영사관서 피살..
line
special news 아역배우 박상훈, 1000:1 경쟁률 뚫고 영화 ‘귀수..
아역배우 박상훈이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귀수’(가제, 감독 리건·배급CJ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

line
“여성, 특정 손가락에 ‘성적 취향’ 숨겨져 있다”
트럼프 화형, 매티스·볼턴 교수형…度넘은 ‘反美시..
유명 키즈카페서 살아있는 구더기가 케첩서 꿈틀
photo_news
하늘 나는 ‘에어 택시’, 내년 싱가포르서 시험 ..
photo_news
배우 김정태, 간암으로 ‘황후의 품격’ 하차
line
[북리뷰]
illust
빗나간 욕망이 부른 참극…옛날에도 지금과 같더라
[인터넷 유머]
mark지혜로운 말 한마디 mark헌혈 못하는 이유
topnew_title
number 우루과이, 성전환 수술 국비 지원… 성전환..
중국인 ‘때 밀어주는 사람’ 목욕탕 점령한 이..
편의점서 여대생 흉기로 자해… “병원 치료..
“내년 한국경제 ‘퍼펙트 스톰’ 올 것… 지식인..
러시아계 여성 170명 유흥업소 취업 시킨 한..
hot_photo
10살 차는 가볍게…연상연하 커..
hot_photo
3억짜리 시계
hot_photo
김지수, 술 취한 상태로 인터뷰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