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쓸데없는 훈시질” 文원색비난

‘北·美 약속 안 지키면 심판’
노동신문, 文발언 꼬투리
정상회담 이후 극히 이례적

우리민족끼리, 조명균 비판
“우리 女종업원 송환 안 되면
이산가족 상봉 장애 맞을 것”

북한 매체가 20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입을 놀려댔다’고 표현하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올 들어 조성된 남북 대화 국면에서 북한이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비핵화 조치 이행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오히려 남한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주제 넘는 허욕과 편견에 사로잡히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갑자기 재판관이나 된 듯이 조미(북·미) 공동성명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 누구가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감히 입을 놀려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대통령이 지난 13일 ‘싱가포르 렉처’ 행사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이 신문은 “조미 쌍방이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에 눈을 감고 주제 넘는 예상까지 해가며 늘어놓는 무례무도한 궤설에 누가 귓등이라도 돌려대겠는가”라며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도 했다. 북 매체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겨냥해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지난 1월 21일 이후 처음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한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밝힐 입장이 없다”고만 답했다.

이날 북한 내 다른 선전 매체들은 집단 탈북 여종업원들에 대한 송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관계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여종업원 송환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강력히 비판했다.

북한 대남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개인 명의의 글을 통해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에 오른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은 물론 북남관계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문제는 모략사건의 흑막이 여지없이 밝혀진 오늘날에 와서까지 막무가내로 부정하면서 과거 보수정권의 죄악을 싸고도는 통일부 장관 조명균을 비롯한 현 남조선 당국자들의 철면피한 처사”라고 조 장관의 실명을 언급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