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고속철사업 연기 제안

기존 취소 입장서 한발 물러나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의 첫 국가 간 고속철도로 주목받았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HSR)’ 사업을 추후 여건이 될 때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로 했다.

20일 말레이시아 일간 더 스타 등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19일 기자들을 만나 “HSR 사업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가부채 감축을 위해 HSR 사업을 취소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것이다. 그는 “일방적으로 (싱가포르와의) 협약을 깨뜨릴 경우 많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며 “따라서 HSR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말할 입장이 아니지만 현재 자금이 없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달 말 모하멧 아즈민 알리 경제부 장관이 싱가포르를 방문해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즈민 장관은 “현재 우선순위는 막대한 정부부채를 어떻게든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5월 총선에서 61년 만에 첫 정권 교체를 이뤄낸 말레이시아 새 정부는 전 정부가 1조873억 링깃(약 303조 원)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7000억 링깃(약 195조 원) 내외로 축소·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재정 긴축을 위해 HSR 건설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가 사업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 지금껏 지출한 비용을 전액 위약금으로 받아내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싱가포르는 HSR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5월까지 2억5000만 싱가포르달러(약 2070억 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교통부 대변인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오는 31일까지 관련 논의를 위한 날짜를 잡자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조만간 양국이 HSR 사업 중단 혹은 연기 여부에 대한 협상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