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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0일(金)
한·미 성장 逆轉과 ‘연목구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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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재임 중 경제 실적이 대통령의 재선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가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다. 1988년에 당선된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재임 기간의 정치적 업적 때문에 아무도 재선을 의심하지 않았다. 걸프전에서 승리한 그의 지지율은 9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미국은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 후퇴와 실업률 증가라는 경제 문제에 봉착한다. 민주당 후보였던 46세의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economy, stupid!)”라는 단 세 단어로 된 선거 캠페인으로 부시를 밀어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올해 초만 해도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고용 증가세가 예상된다고 자신만만했던 문재인 정부가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9%로 낮추고, 애초 32만 개로 늘리겠다던 일자리 목표도 18만 개로 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글로벌 경기회복의 흐름에 한국만 역행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를 넘어 최대 4%까지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12배에 이르며, 잠재성장률도 한국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 미국이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역전(逆轉)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상승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減稅)와 규제 철폐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법인세율 인하로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여력이 확대되고 규제 완화로 일자리가 확대되면서 실업률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의 외교적 실책, 그리고 이민자에 대한 차별 정책과 도덕성 문제 등으로 많은 미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처럼 경제 호황을 유지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는 물론 2년 뒤에 있을 재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문 정부 경제정책의 두 가지 축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다. 새로운 정책 실험인 소득주도성장은 현실에서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쏟아 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인건비 상승을 초래했고, 그 결과 국내 기업의 설비 투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하지 않는데 실업률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 곧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주력 업종들의 경쟁력이 약해져 경제 구조의 취약성이 심해지는데, 미래 먹거리 산업과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철폐는 1년간 말만 무성하다. 일자리는 주로 정부의 재정 투입을 통한 공공부문이나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늘어날 뿐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는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기업의 기(氣)를 살리는 경제정책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적폐 청산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관계의 진전 등으로 7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산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순식간에 추락할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 실험해 온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를 냉철히 진단하고, 필요하면 정책 방향을 과감하게 수정하는 처방을 내놔야 한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위한 산업 구조조정과 규제 철폐도 속도를 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살아나야 문 정부도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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