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겨운 경제… 폭염에 더 시들시들

철강·조선·건설업, 휴식연장 등으로 생산성 저하
양식 돔·돼지·닭 등 폐사 속출…인삼농가도 비상
온라인 쇼핑 뺀 전통시장·소매점포는 ‘개점 휴업’

다음 달 초까지 비 예보가 없어 재난 수준의 폭염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전반에서 여름철 무더위 장기화로 인한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철강, 조선, 건설 등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농촌에서도 농작물 피해가 속출해 농산물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일까지 올해 들어 총 10차례 점심시간 1시간 연장 조치를 취했다. 이 회사 규정상 온도가 28도를 넘을 경우 점심시간(정오∼오후 1시)이 30분 연장되고, 32도를 넘어서면 1시간 연장된다. 조선업 특성상 야외 작업이 많다 보니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다. 최근 폭염이 계속되면서 8월도 되기 전에 이미 10차례 점심시간 1시간 연장 조치가 취해졌다. 지난해에는 점심시간 1시간 연장 조치는 모두 11회에 불과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정해진 공사 기간을 맞춰야 하는 건설업 역시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 더위 탓에 작업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근로자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주다 보면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해 소금과 포도당이 섞인 알약인 ‘식염정’, 물, 얼음 등을 제공하고 있고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식으로 휴식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에는 수온 상승으로 전남 함평군 앞바다의 한 가두리양식장에서 돌돔 수만 마리가 폐사했다. 현재까지 약 8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익산, 정읍, 남원 등 전북권 축산농가에서 닭, 돼지, 오리 등 약 37만5000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평년보다 평균 수온이 0.5∼1.5도나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수온 현상에 따라 양식장 피해 최소화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해수부 등은 양식 어류들이 고수온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대량 폐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해상 가두리와 육상 수조식 양식장에서는 미리 사육 밀도를 낮추고, 먹이 투입량을 줄이면서 해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어민들에게 당부했다.

폭염 장기화로 인삼 농가도 초비상이 걸렸다. 경북도농업기술원 풍기인삼연구소는 인삼 집산지인 풍기의 인삼 농가 현장 조사 결과 고온 피해가 발생하면서 올해 최악의 작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인삼은 서늘한 기후 생육 작물로 적정온도는 20도 내외이지만 현재 차광재 표면 온도는 35∼70도, 내부 온도는 34∼40도, 인삼 잎의 온도는 28∼39도로 조사되고 있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는 아침과 저녁 시간에 농작업을 하도록 하고, 농작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스프링클러를 가동하며 차광막 등을 설치할 것도 요청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부산=김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