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레 저그’ 품은 몰리나리, 이탈리아인 첫 메이저 챔프

8언더 우승…“굉장한 뉴스”
줄곧 유럽투어서 활동했지만
세계 15위로 ‘검증된 고수’
올 시즌 美·유럽서 3승 거둬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6)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첫 이탈리아인으로 등록됐다.

몰리나리는 23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골프링크스(파71)에서 끝난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76타로 우승하면서 이탈리아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몰리나리는 우승 직후 “고국 이탈리아에는 (나의 브리티시오픈 우승이) 굉장한 뉴스”라고 말했다.

2004년 프로로 전향한 몰리나리는 줄곧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활동했기에 이름을 알릴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올 시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5월 유럽프로골프투어의 특급대회 BMW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이번 달 들어 PGA투어 퀴큰론스 내셔널 우승과 존 디어 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몰리나리는 브리티시오픈에 앞서 참가한 5개 대회에서 2차례 우승, 2차례 준우승이란 빼어난 성적표를 남겼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몰리나리는 아이언을 기가 막히게 잘 다루고, 미스샷을 하더라도 수습하는 재주가 있다”면서 몰리나리를 브리티시오픈 우승 후보로 예상했고, 적중했다.

몰리나리는 ‘파세이브’를 우승 전략으로 삼았다. 몰리나리는 4라운드에서 바람이 강하게 분다는 기상 예보를 듣고 “파세이브가 버디 사냥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13번 홀까지 파세이브에 주력했다. 그리고 가장 쉽다는 평가를 받는 14번 홀에서 승부수를 띄워 버디를 챙기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몰리나리는 “2007년 브리티시오픈에 처음 출전했을 때도 커누스티 골프링크스에서 경기가 열렸고, 최악의 부진으로 컷 탈락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엔 더욱 조심스러웠다”면서 “당시 끔찍했던 경험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샷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2차례 우승한 몰리나리는 2004년 프로로 전향했고, 2005년부터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활동했다. 2006년 이탈리아오픈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오른 몰리나리는 2014년부터 PGA투어에 ‘가끔’ 출전했고, 2015년부터 PGA와 유럽투어를 병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메이저대회를 품었다.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와 동반한 몰리나리는 우즈와 인연이 있다.

몰리나리는 2010년과 2012년 2차례 라이더컵에서 모두 우즈와 싱글 매치를 펼쳤다. 2010년 첫 대결에선 4홀 차로 대패했지만, 2012년엔 비겼다.

몰리나리는 또 퀴큰론스 내셔널에서 우승한 뒤 대회 ‘주최자’ 우즈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몰리나리는 “우즈와의 동반 플레이는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 “우즈가 많은 팬을 몰고 다녀 시끄럽기 때문이지만 오늘은 성공적으로 이겨냈다”고 밝혔다. 몰리나리는 또 자신에게 가장 먼저 우승 축하 인사를 건넨 선수 역시 우즈라고 귀띔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