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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3일(月)
경제, ‘문재인 우파’가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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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韓美 FTA, 강정 해군기지 등
지지층 거스른 ‘노무현 우파’
결단 이끈 기준은 국익과 현실

文정부도 오른쪽 깜빡이 조짐
촛불과 正義가 혁신의 걸림돌
기업을 지켜야 노동자도 보호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무현 좌파’와 ‘노무현 우파’로 구분했다. 노 정부는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정 해군기지, 이라크 파병을 밀어붙였다. 최저임금과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도 고려했지만, 뒤로 돌렸다고 한다. 판단 기준은 ‘국익’과 ‘현실’이었다. 진보진영으로부터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배경이다. 김 위원장이 평가하는 문재인 정부는 ‘노 정부 안에서도 조금 왼쪽에 속했던 사람이 많이 포진한 정부’다.

그런 구분법으로 보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우파’ 성향이 짙다. 그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사회적 타협을 위해선 노동계도 ‘생산성 (향상) 10%를 함께 하겠다’는 식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노조 이기주의를 비판했다. 원내대표가 돼서는 민노총과 거친 설전을 벌여가며 ‘최저임금 산입’ 입법을 관철했다. 주 52시간제 부작용이 터져 나오자 기업 입장을 반영한 ‘탄력근로 6개월’안도 앞서 내놓았다. 그랬던 그가 “세계 1위 삼성은 1∼3차 협력업체를 쥐어짠 결과이고, 지난해 순익 60조 원 중 20조 원만 풀면 200만 명에게 100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 이익이 착취의 산물이니 빼앗아 나눠 줘도 무방하다는 식은 마르크스 경제관과 다를 바 없다.

한데 왜 굳이 ‘20조’인가. 삼성이 2015∼2017년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액수란다. 미래 성장을 위해 쓰였어야 할 돈이라는 점에서 허망한 20조 원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은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경영권을 위협한 시기와 겹친다. 오너를 포함한 내부지분율이 20%인 상황에서 주주에게 우호적 제스처를 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외국처럼 차등의결권을 보장해주긴커녕 더 불리해지게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지배구조를 놓고 기업들을 작전하듯 몰아붙이는 중이다. 20조 원이 경제에 유용하게 쓰이려면 최소한 타국 수준의 경영권 보장이 먼저다. 이런 걸 빼놓고 느닷없이 쥐어짜기를 언급하니 ‘20조 거래설’까지 나도는 것이다.

문 정부도 최근 혁신성장을 앞세워 조금씩 오른쪽 깜빡이를 켜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부터 경제부처에 기업 기 살리기에 나설 것을 주문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격 면담했다. 탈원전에만 매달리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업을 위한 산업부가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산업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누구를,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의료기기 규제를 질타하면서도 몸통 격인 원격의료에 대해선 말을 피했다. IT와 의료를 결합하는 기술은 신성장동력이면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는데도, 이익집단과 진영논리의 벽에 갇혀 꿈적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선 불법인 원격의료 기술을 러시아에 수출하려는 기막힌 일도 벌어진다. 탈원전과 판박이다. 앞뒤가 다른 규제혁파는 기업의 냉소만 키울 뿐이다.

문 정부 1년 성장·고용 성적표는 참담하다. 미국과 일본 등 경제선진국들은 기업 투자가 몰리면서 완전고용 수준의 일자리 잔치를 벌이는데, 한국만 거꾸로 성장과 일자리 목표를 낮추며 뒷걸음질이다. 친기업-반(反)기업 정책의 다른 귀결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누가 봐도 실패로 결론이 났는데도, 최저임금 과속과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면서 자영업자·중소기업을 울리고, 애꿎은 세금만 축내고 있다. 투자·일자리 주체인 기업엔 ‘공정경제’ 명분을 내걸고 검찰·경찰·국세청·공정위원회·금융감독원을 동원해 전방위로 압박한다. 저소득 가계는 수입이 더 줄었고, 취약 근로자는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렇듯 모든 경제주체를 벼랑 끝으로 미는 정책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방선거 압승 후 ‘촛불이 명령한…정의로운 경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과 탈규제를 말하지만, 이념형 참모들은 다르게 간다. 지난 1년의 실패를 이끈 장본인들이다. 정의는 경제와 다른 길이다. 정의가 득세하면 경제 활력이 죽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흑묘백묘론을 말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업을 지키지 않으면서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건 오산”이라고 했다. 시장을 읽을 줄 아는 ‘문재인 우파’가 전면에 나서야 혁신성장도, 정권 성공도 뒤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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