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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3일(月)
규제개혁도 ‘협치’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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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19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쏟아낸 발언은 평소와 느낌이 달랐다. 소아당뇨병을 앓는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해외에서 최신 측정기를 들여와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이를 전파한 한 엄마가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7차례나 조사받았다는 사연에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의료기기 분야의 과감한 규제혁신을 주문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27일로 예정됐던 규제개혁점검회의를 ‘퇴짜’놓은 것과 중첩돼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때마침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여권에서 금기어처럼 여겨져 온 ‘은산분리 완화’라는 화두를 공공연히 거론하면서 다음 달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인 규제개혁점검회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2년차에 나타난 이런 흐름을 지켜보며 기시감을 떨칠 수 없다. 지난 2014년 집권 2년차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첫째, 상황이 비슷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론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론 역시 국민이 체감할 만한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위기를 맞았다. 일자리 대란과 물가 상승으로 민생 현장은 아우성이다. 둘째, 마음 급한 대통령이 따라와 주지 않는 공직 사회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도 닮았다. 2014년에도 3월 17일 열 예정이었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연기한 바 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정부 부처의 준비 내용을 보고받은 박 전 대통령이 회의 하루 전 ‘대폭 보완’을 지시했다. “답답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만들어 달라” “속도가 뒷받침 안 된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 “우선 허용하고, 사후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 추진도 더욱 속도를 내 달라” “끈질기게 달라붙어 문제를 해결해 달라” 등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의 것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셋째, 규제개혁 대상과 내용도 거기서 거기다. 의료 분야 규제 완화, 은산분리 완화 등은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보고로 여겼던 서비스산업 및 금융산업의 대표적인 규제 완화 메뉴였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왜 4년 전의 옛 가락을 되풀이하게 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원수’ ‘암덩어리’ ‘손톱 밑 가시’ 등 온갖 거친 표현을 동원해 규제개혁을 재촉하고,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을 질타했는데도 왜 달라진 게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해답은 국회에 있다. 대통령이 아무리 호통을 쳐도, 정부·여당이 아무리 획기적인 규제개혁안을 만들어내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국회, 특히 야당과 함께 가지 않는 규제개혁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다음 달 규제개혁점검회의가 규제개혁 ‘협치’회의가 돼야 하는 이유다. 특히, 문 대통령과 여당이 명심해야 할 점은 여야 갈등이 4년 전보다 훨씬 악화됐다는 사실이다.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낼 양보와 유인책 없이 “민생 경제를 살리는 데 초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요구만 하고, 안 따라오면 ‘반(反)민생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게 얼마나 공허한 놀음인지는 이미 과거 정부가 똑똑히 보여줬다.

greentea@
e-mail 오남석 기자 / 정치부 / 차장 오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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