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靑 “계엄문건 추가공개 없다… 이제 軍 특수단에 맡길 단계”

국회, 靑에 세부자료 제출 요청
全文공개·정계 공방 이어질듯

청와대가 지난 20일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대비계획 세부 자료’를 공개하면서 추가 문건 공개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캐비닛 문건’ 연쇄 공개처럼 청와대가 여론을 주도하면서 국방부의 관련 수사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청와대가 다시 나서서 문건을 추가 공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앞선 ‘대비계획 세부 자료’ 공개에 대해 “그동안 청와대 보고 시점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문건은 청와대에 보고된 즉시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됐다”며 “이제 군 특별수사단에 맡겨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번 기무사 문건 공개가 지난해 7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될 당시 박근혜 청와대 캐비닛에 보관 중이던 문건을 잇달아 공개했던 것과 유사한 형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청와대는 지난해 7월 14·17·20일 세 차례에 걸쳐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실 등에서 생산된 문건 2000여 건을 부분 공개하고, 이를 특검에 전달했다. 야당은 “청와대가 자료를 취사선택해 여론전을 벌인다”고 반발했다. 결국 관련 자료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권남용 혐의 유죄 판결을 받는 데 근거로 작용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기무사의 계엄령 관련 문건을 모두 제출하라고 지시를 내린 만큼 새로운 문건이 속속 청와대로 제출되면 연쇄 공개는 아니더라도 ‘대비계획 세부 자료’와 같은 주요 문건은 또다시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청와대는 기무사 문건 수사 개입을 중단하고 특별수사단에 의한 공정하고 객관적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24일 전체회의를 여는 국회 국방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어 계엄 문건을 제출해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할 계획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안보실이 법사위에서 넘어온 요청을 국방부로 보냈다”며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법사위의 요청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건 국방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