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가족상봉 앞서 ‘탈북 종업원 송환’ 노골적 압박

“북남관계에 장애 생길 수도”

북한이 ‘탈북 여종업원 송환’ 문제를 거론하며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흔들면서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북측이 순조롭게 응해 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23일 북측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탈북 여종업원 문제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남조선당국 특히 북남관계 문제, 통일 문제를 전담한다는 통일부가 이를 외면하고 적폐 정권이 떠들던 모략나발을 되받아 외우고 있다”며 “과연 그들이 떠드는 ‘이산가족의 아픔’이니, ‘인도주의 문제 해결’이니, ‘남북관계 발전’이니 하는 것들이 한갓 혓바닥 장난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에 오른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은 물론 북남관계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탈북 여종업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8월 20일부터 시작될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다가오면서 북측의 이 같은 압박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논평에서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초미의 문제”라며 “전 보수정권의 반인륜적 악행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이산가족들을 그대로 두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운운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20일에는 우리민족끼리와 또 다른 선전매체 ‘메아리’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북측이 남북관계에 이산가족 상봉행사 카드를 활용할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상봉행사 개최 일정에도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은 25일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의 생사확인의뢰 회신 교환, 8월 4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최종 참석자 명단 교환 등에 합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이산가족상봉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사항”이라며 “북측의 주장과 관계없이 일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