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관계 답보·지지율 급락 조짐…‘協治 국정운영’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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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야권인사 입각 추진

공수처 설치·檢警수사권 조정…
국회 협력없인 정책추진 한계

평화당 등 ‘범진보 중심’ 관측
‘변수 많아질것’신중론도 나와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개각에서 야권 입각을 추진할 경우 협치 정신에 기초한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권 출범 후 1년여간 적폐 청산을 벌여온 국정 운영 방향의 돌파구를 야권과의 협치를 토대로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경제가 쉽사리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민생이 어려워지는 데다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북한 비핵화 등 남북 관계가 답보를 보이고, 국정 지지율이 급락할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에서 앞으로 국회의 협력이 없으면 국정 과제 추진 자체가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내 129석으로 국회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가진 ‘소수정권’으로 초당적 협력을 바탕으로 해야 민생 경제와 개혁 드라이브의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의 야권 입각 협치 구상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선 제안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에서 먼저 요청이 왔다”면서 “이번 주 농식품부 (장관) 인사를 하고 이후 국회 논의에 따라서 (야권 인사 입각이) 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적절한 인물이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재인 정부 2기의 성패를 가를 민생·경제 챙기기와 사회 개혁 작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알려진 한 정치권 인사는 최근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집권 초기엔 적폐청산의 기조를 살려서 가되, 지방선거를 치른 후 집권 2기엔 협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국회 상황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개혁 법안들이 거야(巨野)의 반대에 가로막혀 입법부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현실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으로서는 답보 상태인 4·27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와 판문점선언 이행 방안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국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일단 그 대상은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범진보 중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범보수 야권도 그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협치 구상이 아직 아이디어 단계인 데다 인사의 특성상 많은 변수가 작동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여권 내부에서는 자칫 협치가 국정 운영의 목표를 흐리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유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