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안화 환율 조작 주시”… 中 “조작 없다” 발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G20 화제도 무역전쟁 김용(왼쪽) 세계은행 총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환율로 번지는 G2 무역전쟁

므누신 “통화 약세 中에 이익”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솔솔

中 언론 “고율 관세 효과 위해
美정부가 환율 개입” 맞받아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을 둘러싸고도 전쟁을 벌일 태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 위안화 환율 조작을 언급하면서 공세를 취하자 중국 역시 “고율 관세 부과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미국이 환율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맞공세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 최강대국 패권 쟁탈을 위한 미국과 중국의 기(氣) 싸움 역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3일 미국 CNBC방송과 중국 관영 매체 등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2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미국은 최근 진행 중인 위안화 약세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위안화 환율이 조작됐는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약세(평가 절하)에 대한 검토가 환율 조작 여부를 조사하는 미 재무부의 반기 보고서의 일환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그들이 통화를 조작해왔는지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므누신 장관은 또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환율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무기냐, 아니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위안화) 통화 약세가 그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오는 10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 의회 등에서는 중국이 자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를 고의적으로 절하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됐었다. 중국은 지난 4월 발표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일본, 독일, 스위스, 인도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가 환율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하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 속에서 수출을 떠받치기 위해 위안화 가치 하락 방향으로 조작하고 있지 않다”며 “위안화 평가 절하는 순전히 환율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안화 절하는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한 데 따른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동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이어 “위안화 평가 절하는 (수출 상품 가격 경쟁력 제고로) 미국의 높은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상쇄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자본 유출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국 경제에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환율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라며 “미국은 위안화 절하로 자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의 효과가 희석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콜로라도 주에서 최근 열린 한 안보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정보 라인이 중국의 위험을 경고해 주목된다.

마이클 콜린스 미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임무센터 부국장보는 “중국은 우리를 상대로 조용한 냉전을 벌이고 있다”며 ”과거 (구소련과의) 냉전 기간에 목격한 것과는 다르지만 분명히 냉전”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방첩기관의 시각에서 중국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도전적이며,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고 단언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이에 대해 “미국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는 세계 공급 사슬과 다자주의를 파괴하고 미국의 소프트파워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의 일방주의와 무역보호주의가 더 많이 드러날수록 결국 많은 나라가 중국의 편을 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