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총의 최저임금 재심 요구, 文정부가 결자해지하라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주도한 최저임금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을 두고 업계의 불복(不服)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냈다. 경총은 17쪽 분량의 사유서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하고, 소상공인의 영업이익은 근로자 급여의 63.5%에 불과할 만큼 한계상황에 몰려 있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도 곧 이의 제기에 나설 계획이다.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사업자들이 하나같이 문 정부에 반기를 든다면 뭔가 잘못 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를 보면 77.4%가 내년 최저임금을 감내하기 어렵다고 했다. 53.1%는 직원을 줄인다고 했고, 11.5%는 사업 포기라는 극단적 대응책을 내놓았다. 최저임금보다 임대료 탓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이 무색하게 서울 상가 점포 매물은 30% 급증하고, 임대료는 떨어지고 있다. 자영업 폐업률은 창업률을 넘어섰다. 해외로 나간 중소기업은 지난해 60% 늘었는데, 최저임금 변수까지 겹치면 탈출 추세는 더 가속화할 것이다. 인건비 부담으로 외식비 등 물가가 다락같이 오르면서 가계 주름도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보면 경총 등의 이의 제기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고용부 장관이 뽑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친노(親勞)·친정부 성향 일색이다. 이들은 경영계가 최저임금 보완책으로 제시한 업종별 분리 적용안은 일축한 채 근로자위원들과 보조를 맞춰 또다시 고율 인상을 강행했다. 또, 노동계가 협상에 참여한 몫으로 1.2%를 챙겨주고, 중위임금으로 따지던 소득분배 개선분 산정 기준을 평균임금으로 바꿔 인상 폭을 더 늘렸다. 일방 독주다.

정부는 최저임금 졸속 결정 후유증을 무마하려고 또 다른 반(反)시장 정책을 꺼내 드는 모습이다. 신용카드 수수료율만 해도 영세 가맹자는 0%로 아예 없애는 방안까지 나온다. 이런 식의 땜질로는 재앙만 더 키울 뿐이다. 다음 달 5일 고용부 장관의 확정고시 전에 문 정부 기획이자, 사태의 근원인 최저임금 문제를 결자해지(結者解之)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