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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4일(火)
미스터 션샤인, ‘日帝책임론’ 빠진 위험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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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tvN의 430억 대작인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 혼란기를 배경으로 한다. 1회에서 매국노 이완익(김의성)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찾아가 5만 원에 조선을 팔겠다고 제안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운요(雲揚)호 파견도 이완익이 먼저 제안했다. 운요호는 1875년에 강화도를 공격하고 약탈한 일본 군함이다. 이 사건은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 첫걸음이었다. 결국 일본은 가만히 있었는데 조선 사람이 먼저 찾아가 조선 침략을 제안하며 거래했다는 설정이다.

이 외에도 “조선은 다들 나라 못 팔아 안달이라던데?” 등의 대사로 당시 친일파가 만연했다는 인상을 줬다.

이러면 침략국으로서 일본의 책임이 사라진다. 가해자인 일본은 수동적으로 거래에 응한 존재이고, 조선을 망하게 한 주체는 조선인들 자신이 되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또 당시 조선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참혹한 사회였는지를 공들여 묘사했다. 그런 체제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라를 배신하는 게 당연했다는 인상을 준다. 결국 조선 패망은 제 백성을 친일파로 내몬 조선의 자업자득이다. 이러니 일본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설정이다. 아무리 친일파가 들끓었어도 조선을 침략한 주체는 분명히 일본이다. 친일파는 단지 일본의 하수인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일본이 몸통이고 친일파는 꼬리인데 이 작품은 친일파를 몸통으로 부각시켰다. 더군다나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아직 친일파가 본격적으로 준동한 시기도 아니었다. 역사를 왜곡해가면서 친일파를 부각시켜 일제 침략범죄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 드라마의 내용대로라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것도 문제가 된다. 이토 히로부미는 단지 거래에 응했을 뿐, 침략원흉이 아닌 셈이니 말이다.

당연히 역사 왜곡 논란이 터졌다. 일각에선 어쨌든 조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맞고, 결국 친일파가 준동한 것도 맞는데 그런 역사도 그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유럽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나치의 침략범죄가 역사적 사실로 완전히 공인됐고, 가해자인 독일이 반복적으로 사과했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피해자 측의 복잡한 사정을 그린 작품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며 심지어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나라에 대해 넷우익들이 2차 가해까지 저지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인 우리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그려 일본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건 부적절하다. 이미 역사가 정리된 유럽에서조차 나치에 당한 피해자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그려 나치의 죄를 덜어주지 않는다. 나치는 여전히 악의 몸통으로 그려질 뿐이다.

일본은 구제불능인 조선을 일본이 근대화시켜줬다는 식민사관을 유포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조선이 얼마나 처참한 상황이었는지를 묘사하면서 결과적으로 식민사관과 비슷한 설정이 됐다.

문제는 이 작품이 한류 대작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을 것도 확실시된다. 그렇지 않아도 일제의 죄상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이 나치에 비해 너무 미약해 문제였다. 나치 상징물은 철저히 금지하면서도 일제 욱일기는 방치하는 것이 서구의 현실이다. 이 작품이 그런 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제작진은 앞으로라도 일본이 침략범죄의 주체로 분명한 가해자이고 조선은 피해자라는 점을 드라마에 담을 필요가 있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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