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8830만㎾? 벌써 9070만㎾!…빗나간 ‘정부 전력예측’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붉은 서울… 뜨거운 도심 연일 폭염이 계속된 23일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도심의 표면 온도가 40도를 훌쩍 넘기며 열섬현상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 폭염에 한 달이나 빨리 깨져

이상기온 등 계절변수 고려 없이
설비용량 과다·GDP 감소 이유
수요줄이기 급급하다 수급 불안

휴가 前 생산 집중 中企 요청에
산업부, 수요 감축 발동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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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장기화로 7월 중순부터 연일 최대 전력수요 기록이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수요예측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내놓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탈(脫)원전 정책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기존 계획의 ‘설비용량 과다’와 경제성장률의 감소가 수요를 축소한 이유였다. 하지만 이상기온 등의 계절적 변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수요를 줄이는 데만 집중해 지금의 수급 불안을 가중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기업들에 전력수요 감축요청(DR)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부 측은 전날 최대 전력수요 9070만㎾를 기록했지만 수급에 이상이 없었고, 휴가를 앞두고 조업에 집중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최대전력수요는 9070만㎾, 공급예비력 789만㎾로 파악하고 있다. 이미 전날 최대전력수요는 기존 역대 최고치인 올해 2월 6일의 8824만㎾를 넘었다. 산업부는 이날도 최대전력수요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DR 발령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분간 전력수급 불안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주에 전력수요가 집중되다가 주요 생산시설의 휴가철이 집중되는 다음 주부터 8월 첫째 주까지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애초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 휴가 복귀 이후 기간인 8월 둘째 주부터 다시 전력 수급 불안에 시달릴 전망이다. 이처럼 여름철 수급불안 상황이 이어지는 이유로 정부의 예측 실패가 지목되고 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당시 정부는 2030년까지 최대 전력수요를 1억50만㎾(100.5GW)로 전망했다. 8차 계획수립에 참여한 수요워킹그룹 전문가들은 1억190만㎾로 내다봤다. 이들은 탈원전을 지지하는 성향으로, 7차 계획(1억1320만㎾) 대비 1130만㎾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대폭의 수요 감축을 전망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총생산(GDP)의 하락이었다. 7차 계획에서 적용한 GDP는 3.4%인 데 반해, 8차 계획에선 GDP 2.5%까지 낮춰 잡았다. 이 같은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원전 등 기저발전 설비용량이 과도하다는 내용이 8차 계획에 실렸다.

하지만 최근의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산업부는 여름철 1도 상승 시 전력 수요가 평균 80만㎾가 증가하는 패턴을 감안할 때, 기온상승으로 약 175만㎾ 이상의 전력수요가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온이 전력수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결국, 8차 계획 당시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상기온 등 전력 수요 급증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억지로 수요를 낮춰잡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